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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적인 섹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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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섹스의 목적을 유열(愉悅)에 두고 있다. 즉 성이 생성하는 쾌락의 시간을 길게 연장하고, 그 볼륨을 증폭하기 위해 성생활의 기교를 익히려고 버둥거린다. 사람의 식성이라는 욕구가 그렇듯이 가끔 이색적 메뉴에 눈을 돌리는 것처럼 섹스도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과 방법을 연구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려고 온 힘을 기울인다.

곽대희의 性칼럼

부부간의 애정 속에서 항문성교나 오럴섹스 같은 변칙적 수단이 동원되는 것도 사실은 성적 자극성 제고가 그 목표라고 말할 수 있다. 종교적 관점에서 봤을 때 질(膣)이 아닌 항문 또는 직장 속으로의 페니스 삽입은 하느님의 천지창조 정신에 위배되는 배신행위임과 동시에 대변이라는 오물에 접촉하는 비위생적 행동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발휘하지만 이런 변칙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비둘기나 참새의 교미 장면을 관찰해 보면 포유동물처럼 ‘남녀 성기의 교접’ 없이 단지 파이프와 파이프를 잇닿게 하는 수준의 단순한 접촉에 그쳐버린다. 그런 엉성한 교미방법 때문에 앨버트로스라는 거대한 바닷새는 점점 그 개체 수가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조류라는 동물은 하늘을 날기 위해 가벼운 체중 유지가 필수적이고 그런 이유로 몸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뼈 조직도 속 부분이 공동(空洞)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조류들은 오줌이 나오는 배뇨 파이프라인과 대변이 나오는 항문 그리고 정액이 사정되는 정계(精系) 시스템이 모두 하나로 묶여 있는 비뇨생식동(泌尿生殖洞)이라는 구조물로 되어 있어 포유동물 같은 삽입과 성교운동이라는 정형적 섹스 행동이 없다. 사람의 경우에도 여성과 여성의 동성애가 음부 마찰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뜻에서 계간(鷄姦)이라는 어휘가 탄생했다.

남성의 경우도 항문성교가 아니면 여성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서로 비벼대는 것 말고는 다른 접촉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 생리적 측면에서 자연 현상에 어긋나며 의학적으로도 이로울 게 없는 항문성교를 즐긴 인사들 가운데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알려진 명사가 상당수 끼어 있다.

그 영향으로 유럽사회에는 남성 간의 애정을 다룬 문학작품이 상당히 높은 비율로 출간되었다. 이를테면 에드워드 카펜터, 앙드레 지드 등이 그런 작품의 저자들이다. 특히 『좁은 문』의 저자로 유명한 앙드레 지드는 동성애 소설 『배덕자』를 발표했고, 그의 동성애 파트너가 유명한 희곡 『살로메』의 저자 오스카 와일드였다고 해서 세상을 깜작 놀라게 만들었다.

오스카 와일드는 『살로메』를 영역한 알프레드 더글러스와 심상치 않다는 소문에도 휩싸였다. 더글러스의 부친 퀸즈베리 후작은 아들을 동성애자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오스카 와일드를 사법당국에 고소했다. 법원은 그에게 ‘부자연스런 음행을 범했다’는 죄목으로 2년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감옥에 수감해 버렸다.

오스카 와일드는 1897년 형기를 모두 마치고 출옥했으나 그가 형벌을 받는 동안 도덕적 사형선고를 견뎌내지 못한 가족들이 모두 외국으로 도망쳤고, 그의 친구들 역시 그를 피해 달아났기 때문에 그가 몸을 의탁할 보호자가 없었다. 결국 그는 파리의 한 빈민촌 다락방에서 굶주린 생활을 이어가다 거지처럼 누더기를 덮은 채 눈을 감았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10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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