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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동학농민 학살 '진중일지' 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동학혁명 때 조선에 주둔한 일본군 지휘부가 농민군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기록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시 많은 농민군의 희생이 일본군의 조직적인 학살작전에 의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동학혁명 및 일본의 조선 강점 연구에 중요한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전남 영광군 원불교대 박맹수(朴孟洙.46.사학)교수는 3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당시 일본군의 '진중일지(陣中日誌)' 와 동학군 진압에 사용한 스나이더 소총 사진을 공개했다.

현재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도서관에 보관 중인 '진중일지' 는 당시 인천에 주둔하며 서울 이남의 일본군을 지휘하던 남부병참감이 쓴 것으로 일본 사령부 및 예하부대와 주고받은 작전명령.전투상황 등을 자세히 담고 있다.

이 일지에는 1894년 10월 27일 일본대본영의 참모차장 겸 동학농민군 진압 총지휘자였던 가와카미 병참총감이 '동학당에 대한 처치는 엄렬(嚴烈)을 요함, 모조리 살육할 것' 이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적혀 있다.

당시 조선 지배 계획의 일환으로 조선 정부의 요청도 없이 동학군 진압에 나섰던 일본군은 살육명령에 따라 후비보병 19대대 등 병력 2천여명을 동원,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경기.경상.충청.전라도 일대를 돌며 동학농민군에 대한 대대적인 학살작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 이노우에 가쓰오(井上勝生.56)교수는 이같은 기록을 근거로 6월 1일 전주 리베라 호텔에서 열리는 '동학농민혁명 107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서 "일본군이 동아시아에서 저지른 최초의 민중학살이 동학농민군을 상대로 저질러졌다" 는 내용의 '일본군에 의한 동학농민학살' 이란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당시 일본군에 희생당한 동학농민군은 부상자를 포함해 30만~40만명에 이르며 그중 학살된 사람은 5만명 이상" 이라고 주장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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