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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정교회에 "십자군전쟁 유감" … 800년만의 사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로마 교황이 8백여년 전에 동방정교회에 끼친 피해를 사과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4일 로마 가톨릭 교도인 십자군이 1204년 동로마제국의 수도이자 동방정교회의 중심지인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을 점령함으로써 동방정교회와의 관계를 완전 단절시킨 것을 공식 사과했다.

엿새 일정의 그리스.시리아.몰타 순방을 위해 이날 그리스 아테네 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도착 성명에서 "성지를 수호하기 위한 십자군 전쟁이 신앙의 형제들(동방정교회)에게 등을 돌리게 된 것은 비극적인 일로 심히 유감스럽다" 고 말했다.

이날 교황과 만난 그리스 정교회(그리스의 동방정교회)의 수장인 크리스토둘로스 대주교는 "한마디 사과가 두 교회 간 모든 갈등을 해결하지는 않겠지만 미래의 공동사회를 이루는 데는 도움을 줄 것" 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1054년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가 분리된 이후 관계가 끊겼던 양측이 1천여년 만에 화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로마 교황의 그리스 방문은 양 교회가 분리된 이후 1천여년 만에 처음이다.

교황은 5일 아테네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코스티스 스테파노풀로스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다.

오는 18일로 81세 생일을 맞는 교황은 초대 기독교 교회의 대표적 선교사였던 사도 바울의 선교여행 자취를 더듬고 그리스 정교회와 이슬람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순방에 나섰다. 하지만 정교회 지역인 그리스와 이슬람권인 시리아에선 교황 방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그리스 정교회측은 스테파노풀로스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진 교황의 이번 그리스 방문을 마지 못해 추인했으나 정교회 신도 사이에선 여전히 반감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교황이 그리스에 머무는 동안 각종 반대집회와 시위가 예상된다.

조강수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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