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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글로벌 M&A 잇단 성공 … 발전·담수 원천기술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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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두산중공업의 해상풍력발전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두산그룹 제공]

두산은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 인수에 힘을 기울여왔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M&A를 통해 발전·담수 등 핵심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2005년 말에는 미국 AES의 미주지역 수처리 사업부문을 인수해 역삼투압 방식의 해수 담수화 원천 기술을 들여왔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 쿠웨이트에서 플랜트를 수주했고, 7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 최대 규모 담수 플랜트의 설비 공사를 수주했다.

2006년에는 영국의 발전설비 설계·엔지니어링 업체인 밥콕을 인수해 발전소 핵심 설비인 보일러의 설계 기술을 갖게 됐다. 두산은 현재 이 원천 기술을 보유한 세계 4대 기업 중 한 곳이다. 두산밥콕은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가 가능한 순(純)산소 연소 실험에 성공했다. 순산소 연소 기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이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와 물만 나오게 하는 기술이다. ‘그린 발전소’ 건설을 위해 필요한 기술인 셈이다. 2013년 포스트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 연간 시장규모가 50조~60조원이 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08년 9월 캐나다 HTC사의 지분 15%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HTC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이 기술은 2013년부터 강화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정책에 따라 화력발전소 사업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이 없다면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발전 설비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 두산중공업은 이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2013년 이후 연 평균 10억 달러 이상의 신규 수주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향후 발전·담수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2015년까지 매출 17조원을 달성해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산중공업은 2004년 8월 오만소하르 담수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바닷물을 섭씨 60도로 데울 때 나오는 수증기를 얼려 담수로 만드는 방식의 플랜트다. [두산그룹 제공]

두산인프라코어는 매출의 절반을 건설·기계 부문에서 올리는 계열사다. 이 부문의 핵심은 중국 시장이다. 이 회사는 1994년 중국에 단독 출자해 두산공정기계를 세웠다. 현재 중국에서 1600여 명의 종업원이 연간 1만7500대의 굴삭기를 만들고 있다.

두산은 캐터필러·고마쓰 등 세계적인 건설 중장비 업체보다 늦은 1996년 6월에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굴삭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부터는 경쟁사를 제치고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08년 동기 대비 매출이 21% 늘어 역대 최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중국시장 고객만족 브랜드 평가’에서도 굴삭기 부문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출발도 순탄한 분위기다. 1월에 중국 시장에서 굴삭기 1300여 대를 팔아 1월 판매대수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2.2배 늘어난 수치다. 정해익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는 “이전의 성과에 안주하면 도태할 수 있다”며 “다양화·고급화를 통해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화’를 위해 두산공정기계는 소형 굴삭기 시장을 공략한다. 중국 쑤저우 지역에 제2생산공장을 짓는 것이 좋은 예다. 1단계로 2011년까지 연간 소형 굴삭기 8500대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완성한다. 2단계 설비 확장을 통해 연간 1만20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휠로더 시장도 공략한다. 중국 건설기계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휠로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07년에 현지 생산 업체를 인수했다. 현재 연간 8000대의 휠로더를 만들고 있다.

‘고급화’를 위해 두산공정기계는 국내외 유명 전시회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전시 장비의 70%는 2007년 인수한 밥캣 제품으로 채웠다. 소형 건설장비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회사다. 내구성을 강화한 23t·26t급 굴삭기와 신형 휠로더를 내세웠다. 두산공정기계 관계자는 “유럽 수준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갖춘 고급형 모델”이라며 “전시회에 참가한 중국 고객의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양화·고급화 전략이 성공하면 ‘굴삭기=두산’이란 인식은 ‘건설기계=두산’으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환 기자

두산건설, 공공사업 수주 늘려‘SOC 강자’목표

두산건설은 올해 초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한 종합 건설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은 신년사에서 “국내외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변화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종합 건설사를 만들겠다. 회사를 보다 내실 있고 강하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산건설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성장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업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원가 경쟁력은 높이겠다는 것이다.

신성장사업 발굴의 대표 분야는 ‘녹색 기술’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추세에 발맞춰 수처리사업 등 친환경 미래기술에 특화함으로써 환경 관련 분야의 사업기회를 확보할 계획이다.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내 전산 시스템도 개선한다.

공공사업 분야 진출에도 집중한다. 김 사장은 “지난해 공공부문에서 영업력을 강화해 사업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을 개선했다”며 “공공사업의 수주를 늘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분야의 강자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선박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두산엔진은 올해를 위기이자 기회로 본다. 이성희 두산엔진 사장은 “올해는 최악의 위기상황은 벗어났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시기”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위기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경영 품질을 향상시킬 것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해외 진출은 올해의 중점 과제다. 브라질·러시아 등 해외 시장으로 마케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소형 저속엔진과 추진용 중속엔진 시장에 진출해 제품 공급 범위도 넓힌다. 디젤 발전 사업과 부품 서비스 사업을 활성화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조선사업과 관련되지 않은 분야에도 적극 진출한다. 이 사장은 “지난해는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쳐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났다. 재무구조를 개선한 것이 지난해의 가장 큰 성과”라며 “올해는 반드시 흑자를 이뤄내 반전에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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