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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경제 경착륙이 뭐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요즘 들어 미국 경제가 위기인지 아닌지를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심한 불경기를 한차례도 겪지 않은 미국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의 현상황이 '경착륙' 이냐 '연착륙' 이냐를 놓고 논란이 분분합니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불시착)할 경우 미국과 관련이 깊은 우리 경제도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런데 잠깐, 경제가 무슨 비행기라도 되나요. 경제가 착륙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경제가 경착륙한다는 말은 무슨 뜻이고 어떤 어려움을 가져올까요.

◇ 경착륙과 연착륙〓경착륙(硬着陸)은 문자 그대로 비행기가 활주로에 부닥쳐 부숴질 정도로 거칠게 착륙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연착륙(軟着陸)은 부드럽게 내려앉는다는 뜻이지요. 각각 영어의 'hard-landing' 과 'soft-landing' 에서 따 온 말입니다.

기체가 활주로에 닿을 때 덜컹덜컹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경제도 마찬가지랍니다. 비행기가 적정한 속도로 하강해 사뿐히 내려앉듯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충격이 덜하다면 소비자.기업.정부 모두에 좋지 않겠어요.

반대로 엔진이 고장이라도 일으켜 기체가 비상 착륙하는 식으로 경기가 급속히 나빠지면 경제 주체들은 몸고생.마음고생을 하게 마련이지요.

경착륙이 심하면 경제 위기가 생깁니다. 우리에겐 외환위기, 세계적으론 1930년대 대공황이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 경기는 이.착륙을 거듭한다〓경기에 착륙이 있다면 당연히 이륙(離陸)도 있겠지요. 경제는 흔히 네가지 국면을 반복하면서 성장한다고 합니다. ▶회복.호황▶호황의 정점▶침체▶바닥이 그것입니다. 비행기로 치면 ▶이륙과 상승▶최고도(最高度)비행▶하강▶착륙쯤 되겠지요.

경제학 교과서에선 이를 '경기 변동' 이라고 불러요.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을 선으로 그린 것이지요. 이 선을 중심으로 뱀처럼 꾸불꾸불한 곡선을 그려나가는 게 바로 경기변동입니다.

선진국처럼 시장경제의 틀이 잡힌 나라에서는 경기가 호황에서 바닥까지 한 주기를 도는 데 대체로 3~5년 걸립니다.

경기변동은 경제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학자들의 주요 연구대상이 돼 왔어요. 그래서 그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도 분분하지요. 하지만 대다수 학자들이 이의를 달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좀 어려운 얘길지 모르지만 돈과 실물의 변화가 경기변동을 일으킨다는 것이지요.

실물의 변화란 기술이 발전하고 기업이 투자하고 원자재 가격이 변화하는 것 등을 말합니다.

시중에 깔린 돈의 양이 변해도 경기변동을 가져오지요. 중앙은행이 돈을 풀었다 거둬들였다 하는 일이 대표적 경우입니다.

요즘에는 해외 요인도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답니다. 우리처럼 수출을 많이 하고 원자재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특히 심하지요. 증권시장도 그래요.

뉴욕 나스닥시장의 주가가 떨어지면 다른 나라 증시도 추위를 탑니다. 통상 3~5년을 주기로 순환했던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호황국면 2년 만에 다시 침체에 빠진 것도 해외 요인의 영향이 컸다고 해요.

이처럼 경기변동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여러 정책을 동원해 그 진폭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유능한 정부인지 무능한 정부인지 판가름나는 것이지요.

세계 경제에서 2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 여부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를 이제 조금씩 알 것 같은가요?

◇ 경착륙의 기준은〓그러면 경착륙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뭘까요. 사실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비행기와 달리 경제의 비상착륙은 눈에 안보이기 때문에 성장률.물가.실업 등 '거시지표' 라는 딱딱한 숫자들을 분석해야 한답니다.

일단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은 실업이 늘고 재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증권시장이 침체하는 현상이 뒤따른다는 것이지요. 기업과 가계는 앞날이 불투명하니까 투자와 소비를 크게 줄이겠지요.

경착륙 여부를 좀더 엄밀하게 따지는 방법은 그 나라의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잠재성장률이란 그 나라의 능력을 종합할 때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합니다. 이 수준을 심하게 밑돌면 경착륙이라고 한답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4%대로 파악하고 있어요.

그래서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지면 경착륙의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권위있는 국제기구들도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2% 이하로 보기 때문에 일단 불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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