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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고백 실은 영화 '캐논 인버스' 관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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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캐논 인버스' 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음악을 모티브로 한 이탈리아 영화다. 바이올린에 얽힌 이야기란 점에서 프랑수아 지라르 감독의 '레드 바이올린' (1998년)을 연상케 하나, 로맨스를 강조한 분위기나 음악의 배치는 롤프 슈벨 감독의 '글루미 선데이' (2000년)를 더 닮았다. 음악영화라고는 하지만 부제를 '사랑 만들기' 라고 붙인 데서 알 수 있듯이 힘겨운 환경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고 사는 한 남자와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누리는 매혹적인 피아니스트의 극적인 사랑에 더 무게를 두었다. 운명적 사랑이라는 고전적 주제를 앞세운 전통 유럽풍 멜로다.

이 작품을 밀고 당기는 음악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곡들이다. 감정을 조이는 듯한 팬플루투가 인상적이었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 공중으로 소리를 던지는 듯한 합창곡으로 관객을 매혹한 '미션' , 감미로운 선율에 보컬까지 가미했던 '벅시' 에 이어 이번에 모리코네는 캐논 인버스 형식의 바이올린 곡을 선보인다. 캐논 인버스란 같은 멜로디를 반복하는 캐논 형식의 변형으로, 한 멜로디와 그 멜로디의 음들을 거꾸로 연주하는 멜로디를 서로 겹치게 해 음악적 효과를 끌어내는 기교를 말한다.

이는 극과 극에 서 있는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영화의 주제를 암시하기도 한다. 절정 부분에서 주인공 예노(한스 마테손)가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사랑하는 여인 레비(멜라니 티에리)와 협연하는 이중 협주곡은 정통 클래식 냄새를 물씬 풍기는 곡으로 모리코네가 공을 들인 흔적이 뚜렷하다.

예노는 아버지가 떠나면서 남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음악가가 되려는 열정을 키워가는 청년. 어느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레비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전율에 휩싸인다.

예노는 공연을 위해 레비가 프라하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의 집을 찾아가 비가 퍼붓는 가운데 집 앞에서 혼신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준다. 이에 호감을 느낀 레비는 "그런 열정으로 연주한다면 훌륭한 음악가가 될 거예요" 란 말을 남기고 떠난다.

영화는 이 이야기를 골격으로 해 예노의 딸이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과거와 현재 사이 몇 십년이란 세월 속에는 관객이 예측하기 힘든 반전이 곳곳에 숨어 있다. 감독은 한때 '살인의 계절' 에 니컬러스 케이지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던 리키 토나치가 맡았다.

이 작품은 2000년 이탈리아 다비드 디 도나텔로 영화상의 최우수 작품상과 촬영.음악상 등을 받았다. 반전의 묘미가 있긴 하나 연결이 긴밀하거나 조직적이지 못하고 배우들의 실제 모습과 배역 속 나이가 맞지 않는 등 곳곳에 흠이 보인다. 31일 개봉.

신용호 기자

무성 영화시절 화면의 분위기를 고조하기 위해 도입한 음악이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될 듯하다. 모리코네의 음악을 들으러 달려갈 관객도 없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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