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먹는 약과 주사제

중앙일보

입력 2001.03.15 00:00

지면보기

종합 51면

주사제의 의약분업 적용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

의료계는 환자의 불편감소와 의보재정의 보호를 위해 주사제 예외를 주장하고,약계는 주사제 남오용 방지란 의약분업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주사제도 의약분업 대상에 포함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들이다.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주사제 파동 역시 주사제 조제권을 의사와 약사들이 서로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 다름 아니다.문제가 되고 있는 일반 주사제의 조제료 규모만 해도 연 4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게다가 주사제는 먹는 약에 비해 몇 배 이상의 마진이 남는다.주사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한 주사제 처방비율은 17.2%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6.6%로 3배를 넘는다.그러나 주사제 남오용은 의사와 약사의 탓만이 아니다.

오히려 환자인 소비자가 스스로 부추긴 면도 있다.지금도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지 않으면 허전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주사가 필요한 경우는 다음의 3가지 뿐이다.

▶응급상황 등 약효가 수분 이내 나타나야 하는 경우

▶속쓰림 등 위장장애가 심해 먹는 약을 먹지 못하는 경우

▶의식이 없어 자칫 먹는 약이 기도를 막을 수 있는 경우다.

게다가 주사제는 먹는 약에 비해 유통과 보관이 어려워 변질이 잘 되고 값도 비싸다.무엇보다 결정적 흠은 잘못 투여했을 경우 돌이킬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먹는 약은 대개 30분 이내 응급실에서 구토제를 복용하고 토해내면 되지만 주사제는 일단 투여하면 회수할 방법이 없다.

뿌리깊은 우리 국민들의 주사제 선호 풍토엔 주사제가 먹는 약보다 효과가 뛰어나다는 오해도 한몫 한다.그러나 주사제나 먹는 약이나 의학적 효능은 대동소이하다.먹을 수 있는데도 굳이 아프고 값도 비싼 주사제를 고집하는 잘못된 의료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홍혜걸 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