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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영혼을 불러내는 사람, 주얼리로 세상을 바꾼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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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호 02면

1, 로렌스 보머의 주얼리‘정원39시리즈 2루이뷔통‘여행의 기억들(L’Ame du Voyage)39목걸이 3, 6 로렌스 보머의‘시’ 시리즈 4, 5 로렌스 보머의 ‘건축’ 시리즈

-당신은 누구인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로렌스 보머는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의 믹스이다. 난 프랑스인이지만 독일인이고 43세, 아니 44세인가? 내 나이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난 내 자신을 제3자의 눈으로 보기를 좋아한다. 즉 많은 것에 둘러싸여 있고 많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 자연을 사랑하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 주얼리 디자이너이지만 자연을 가꾸는 정원사이며 뭔가를 창조하고 만드는 건축가, 그리고 시인으로 정의한다. 시인이란 말하자면 건축가처럼 뭔가의 형상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사람, 또 사람들의 감정·느낌·영혼을 불러내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난 사진, 데커레이션 같은 아트 전시회에도 참여한다. 그리고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감동을 창조하는 주얼리 디자이너다.”

詩語같은 영롱한 보석들이 탄생하는 곳…파리에서 로렌스 보머를 만나다

로렌스 보머의 ‘건축’ 시리즈

-왜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었나?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누구는 정치를 해서, 누구는 글을 써서, 누구는 건물을 지어서 세상을 바꾸지만 난 내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아르 누보 시대의 대가 르네 라리크(Rene Lalique)는 아름다운 주얼리로 여성들의 옷 입는 스타일을 바꾸고 헤어 스타일을 바꿨다. 그처럼 감동의 폭탄이라 할 수 있는, 세상의 어떤 것보다 감동적인 오브제인 주얼리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당신의 주얼리가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바꾼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사랑이나 특별한 느낌, 기억을 통해 주얼리를 디자인한다. 사람들이 같은 사물이나 공간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을 즐긴다. 고객들은 주얼리를 착용한 자신을 다른 방법으로 본다. 고객들은 모두 스스로를 공주나 왕비처럼 보고 느낀다. 즉 내가 창조한 주얼리를 착용하는 순간 그들의 삶 자체를 다른 방식으로 보는 것이다. 난 그것을 매우 즐긴다.뭔가 새로운 것이 사람의 삶을 바꾸는 것은 사실인데, 그중에서도 주얼리가 주는 감동은 다른 무엇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물론 집을 사서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간다거나 하는 것이 삶의 형식을 변화시키는 것이겠지. 하지만 주얼리를 선물로 받는다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며 그 순간 받는 사람의 내면의 힘, 삶의 질, 사랑의 힘이 더욱 커진다. 주얼리는 이모셔널 퀄리티(Emotional Quality)가 가장 강하다.”

로렌스 보머의 주얼리‘정원39시리즈/ 루이뷔통 ‘여행의 기억들(L’Aime du Voyage)’ 반지

-로렌스 보머만의 스타일은 무엇인가?
“난 정원사이며 건축가고 시인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로부터 스타일을 창조한다. 사람들은 디자이너를 직접 알지 못하더라도 제품을 보면 누구의 디자인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고객들은 내 주얼리를 보면 ‘아, 이건 로렌스 보머구나’라는 것을 안다. 난 내가 작업한 모든 작품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0 로렌스 보머의 주얼리 ‘정원’ 시리즈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주얼리에 로고나 심벌 등을 사용하지도 않는데?
“내게도 심벌은 있다. 하지만 내 경우는 하나의 도전이다. 스타일을 사용해서만 내 작품이 확연히 구별되기 때문이다. 컬러, 사이즈, 테크닉, 영감, 혹은 이 모든 것의 믹스된 것이 나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을 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나?
“그래서 난 두 개의 다른 스타일을 갖고자 한다. 로렌스 보머 브랜드, 즉 나의 스타일. 그리고 모든 다른 회사들의 스타일이다. 이것은 결혼과도 같다. 이제까지 살아온 배경이 다른 한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해서 한 집에서 살 때 서로의 취향을 배려해 집을 꾸미는 것과 마찬가지다. 회사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며 능력이기도 하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얻는가?
“아름다운 모든 것에서 얻는다. 여자, 보석, 전시회…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으로부터 얻는다. 모든 예술가나 디자이너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 나에겐 무엇보다 선의 명상(Zen Meditation), 즉 무(無)에서 얻는 영감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샤워할 때 가장 많이 얻는다.사람들도 내게 영향을 끼친다. 처음 누구를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를 바란다. 그러다가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되면 대화 중에 영감을 얻는 경우도 있다. 지금 이 인터뷰도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다른 사회, 디테일, 삶의 방식, 모던, 클래식, 아티스트, 무엇보다 현대 아티스트들이 내게 영감을 주는 주인공들이다.”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따로 있지 않다. 다 좋다. 피카소·미켈란젤로·마르셀 프로스트 등 그림뿐 아니라 문학·패션·음악의 전 분야에서 모든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다르다. 난 모든 새로운 사조나 장르를 창조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얼마나 많은 제품이 출시되나? 리미티드 컬렉션이나 시리즈 제품들도 있나?
“난 컬렉션을 하지 않는다. 각각의 제품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디자인의 영감도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특별한 것을 주문할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유일한 작품으로 제작되지만 경우에 따라 최다 10개까지 제작하기도 한다.”

-한 작품을 제작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8~9개월까지 걸리기도 한다.”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주얼리를 제작하나?
“개수로 보면 1년에 약 250~300점이 내 브랜드에서 나온다. 하지만 디자인은 1000점 넘게 하고 그중에서 골라 만든다. 거기에 다른 브랜드의 작업도 하고 있으니 내가 하는 디자인의 수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만들 작품(Next Piece)이다. 과거가 있어야 미래가 있듯 전 작품들을 통해 새 작품이 탄생한다. 주얼리는 사람들의 삶 안에 중요한 의미가 담긴 물건으로 존재한다. 주얼리를 소유한 사람이 다르듯 각각의 주얼리에도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특별한 한 작품에 애착을 갖기는 힘들다.대신 보여주고 싶은 팔찌가 있다. 이 팔찌는 전에 숨바 재단(SUMBA Foundation: 인도네시아 중부 숨바 섬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한 자선 플랜)을 위해 만든 것인데 팔찌 하나는 50유로밖에 하지 않지만 그 돈은 다섯 명의 어린이가 1년 동안 학교에 갈 수 있는 가격이다.”(여기서 그는 잠시 일어나더니 서랍에서 팔찌를 꺼내 보여줬다. 여러 색상의 끈에 은으로 만든 부족의 구슬을 중앙에 꿴 단순한 팔찌였다.) “이것은 비싸지도 않고 보석이 많이 들어간 화려한 주얼리도 아니지만 가격과는 상관 없이 가장 멋지고 훌륭한 것이다. 여기에는 5명 아이들의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난 이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그중의 하나를 선물로 줬다. 50유로를 지불하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로렌스는 “이 팔찌는 내가 주는 선물이니 그냥 받고 만일 기부할 의사가 있다면 다른 재단(현재 아이티 섬 등)에 기부하라”고 했다.)


천재가 되고싶다면 ‘95%의 노력’을 잊지마라-당신은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바로 웹사이트에 업데이트한다. 다른 디자이너나 회사들이 디자인을 복제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 않나?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피카소도 싸구려로 복제한다. 나 스스로를 피카소에 비교하지는 않지만 누구든 내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을 수는 있다. 시기적으로 내가 더 빨리 나갈 뿐이다. 작은 스튜디오에서 숨어서 혼자 작업할 건지 아니면 작품을 세상에 보여줄 건지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언제나 오리지널은 있는 법. 복제한다고 해서 내 작품이 그들의 작품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나를 더 새로운 작품과 더 창조적인 작품을 하도록 하는 또 하나의 동기가 된다. 모든 사람은 결국 누가 창조자고 누가 추종자인지 안다. 코코 샤넬이 말했듯이 내 작품은 ‘거리에 보내는 찬사(Tribute of the Street)’다.”

-당신의 강점이라면?
“글쎄. 난 요구가 많은 편이다. 특히 직원들에게, 나 스스로에게 요구가 많다. 왜냐하면 같이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내 직원들은 울기도 한다. 하하하.”

-최근 겔랑의 립스틱과 럭셔리 브랜드의 정수라 할 수 있는 LV의 하이 주얼리를 디자인했다. 그 전에도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을 한 적이 있나?
“LV의 디자인을 했을 때 많은 사람은 내가 어디서 갑자기 등장한 신인 디자이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LV의 하이 주얼리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그 일을 할 수 있는 배경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년간 프랑스 최고 브랜드들의 디자인을 많이 했지만 브랜드마다 마케팅 원칙이 있는 법, 내가 디자이너로 알려진 것은 LV과 겔랑으로도 충분하다.특히 LV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중요한 럭셔리 브랜드다. 2009년 우리가 론칭한 하이 주얼리는 하나의 모험이었다. 이번 ‘램 듀 보야지’, 즉 여행의 기억들이라는 주제는 6개의 다른 스타일의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서클·리본·물결 같은 흐름과 레이스, 그리고 컬러가 화려하게 어울린 총 30개의 작품들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같이 조화를 이룬다.”

-사진이나 아트 작품들을 수집하는 이유는?
“모든 예술 작품은 오브제와 대화를 연결하는 매체다. 모든 오브제는 하나의 창조물이다. 내가 예술작품이나 사진을 수집하는 이유는 나중에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에게 주얼리를 창조할 수 있는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종종 아티스트들에게 내 초상을 사용해서 작품을 해 달라고 권유한다. 처음에는 잡지 등에 항상 같은 사진을 주지 않도록 배리에이션을 주기 위해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티스트들을 만나고 그들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바뀌었다.”

-당신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열정이다. 물론 아이들이나 일, 창조력 등일 수도 있지만 열정이 없으면 삶은 의미가 없다.”

-당신처럼 유능하고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기를 꿈꾸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나처럼? 나는 유명하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하지만 비결은 알려줄 수 있다. 첫째, 매일 매일이 새로운 날이다. 네가 마지막으로 한 것이 가장 중요하고 좋은 것이다. 둘째,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한 말을 잊지 마라. 즉 95%의 노력과 5%의 영감이다. 비결은 없다. 열심히 해라. 빌 게이츠, 모차르트, 비틀스의 공통점이 뭔지 아는가? 그들이 처음부터 천재로 태어난 것은 아니다. 매일 수도 없이 계속되는 작업의 연속이 그들을 최고로 만든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이 말했다. 만일 네가 연주를 못한다면 5분 후에 그만두고 싶지만 훌륭한 연주가라면 10시간이라도 논스톱으로 연주할 수 있다. 매일 연습하고 디자인해라. 그러면 언젠가 최고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희씨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무대로 활약 중인 보석디자이너다. 유럽을 돌며 각종 전시회를 보는 게 취미이자 특기. 『더 주얼』(2009)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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