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임금님 도장에는 무슨 내용이 새겨져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2010.03.05 10:48

업데이트 2010.03.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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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김남호 교수가 대학 갤러리에 걸린 자신의 작품 앞에서 조선시대 왕의 도장인 어보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의 작품 하나하나에 역사가 녹아있다. [조영회 기자]
조선시대 왕들의 ‘새로운 어보(御寶, 국새)’가 공개됐다. 현대 작가의 시선으로 디자인을 재해석했다. 일제의 침략으로 국권을 상실한 1910년, 올해로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기획됐다.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시각디자인전공 김남호 교수의 작품과 도움말을 통해 조선왕조 500년의 어보를 살펴봤다.

글=김정규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김 교수는 지난해 대한제국 고종황제가 친서에 사용했던 국새(國璽), ‘황제어새(皇帝御璽)’가 처음으로 발견되면서 어보 그래픽 아트전을 기획했다.

황제어새는 고종황제가 1903년 이후 러시아·독일·이탈리아 황제 등에게 보낸 외교친서에 날인했던 국새다. 국새는 상서원에서 보관,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국새는 비밀리에 제작돼 고종황제가 직접 소지하고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긴장감이 드러난다.

이 어보는 보관통 중의 하나인 외함이 분실되고 내함만이 남아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전체 높이 4.8㎝, 가로·세로 5.3㎝, 무게는 794g이다. 손잡이는 거북모양이며 비단실로 짠 끈이 달려 있다. 정사각형의 인면(印面)에는 ‘황제어새(皇帝御璽)’가 양각돼 있다.

김 교수는 “이전부터 서예에 많은 관심이 있었고, 지난해 3월 잃어버린 국새를 되찾았다는 기사를 접하고 전시를 준비해 왔다”고 기획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험난한 자료수집과정 거쳐

본격적인 자료수집에 들어간 그는 국새에 대한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문양집을 찾아봤다. 하지만 어보를 재해석한 자료는 찾기힘들었다. 고궁 박물관을 찾아가보고, 국회·대학도서관에도 돌아다녀봤지만 쉽지 않았다. 1995년에 궁중유물전시관에서 조선어보를 전시했었다는 정보를 들었다. 당시 인쇄한 한정판 자료를 찾았다. 열람만 허락받았다.

조금씩 모은 자료를 갖고 역사공부를 시작했다. 왕의 이미지를 느끼기 위해 정사(正史)는 물론 야사(野史) 자료를 쉼 없이 찾아다녔다. 자신의 작품에 ‘조선왕조 500년’을 녹여보기 위한 시간이었다.

태종(3대), 단종(6대), 세조(7대), 연산군(10대), 광해군(15대), 현종(18대)왕의 어보 자료는 찾지 못해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지 못했다. 다음에는 왕비의 어보 디자인·전시도 준비할 계획중이다.

12일까지 어보 그래픽 아트전

김 교수는 조선왕조 어보를 그래픽 아트로 재현한 ‘500년 조선 왕권의 상징-어보 그래픽 아트전’을 12일까지 상명대 천안캠퍼스 디자인갤러리에서 연다.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 중인 조선왕조 어보 24개를 디지털로 재현, 인면(글자가 새겨진 면)의 내용과 왕의 업적을 해석, 그래픽 아트로 창작한 40점의 작품을 전시회에 내놓았다.

이번 작품전은 어보의 예술성과 경이로운 디자인 시스템을 재발견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고종황제가 비밀리에 외교친서에 사용했던 국새와 명성황후의 보인도 함께 작품화해 경술국치 100년의 의미를 담았다.

김 교수는 “각 어보에 무(武)나 효(孝), 인(仁), 의(義) 등의 글자가 눈에 띈다”며 “자료를 살펴보면 어보의 대부분은 왕이 승하한 뒤 후대 왕들이 평가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확히 뜻을 해석해 놓은 자료는 없지만 단어 하나하나를 음미하면 그 왕에 대한 평가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의/작/품/설/명

황제의 환생·고종

경술국치 100년 만에 조국의 품에 돌아온 ‘황제어새’는 조선왕조의 자존을 지키고자 했던 고종황제의 환생을 보는 듯 하다. 작품 배경의 웅장한 소나무는 위대한 조선왕조, 불로초는 조선의 영원함, 두 마리의 나비는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아름다운 기억, 상부의 봉황새는 대한민국을 상징한다. 글자는 황제어새(皇帝御璽).(왼쪽 작품)

하얀 눈물이 바다가 되고·순종

경술국치. 조선의 마지막 백성들의 하얀 눈물이 바다가 되었다. 그러나 성난 파도는 흰 포말의 거대한 파도로 되밀려와 일본제국주의를 집어 삼켰다. 순종 20년에 만들어진 이 어새는 문온무령돈인성경효황제보(文溫武寧敦仁誠敬孝皇帝寶)라는 글을 담고 있다.(오른쪽 작품)

새나라 조선·태조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의 강건함이 서려있는 어보 이미지를 상징화했다. 흰색과 검정색의 대비 속에 빛을 발하기 시작한 색동컬러는 새로운 왕조의 시작을 알리는 상서로운 기운을 표현하고 있다. 숙종 9년(1683년)에 만들어진 어보 태조금보에는 ‘강헌지인계운성문신무정의광덕대왕지보(康獻至仁啓運聖文神武正義光德大王之寶)’라고 새겨져 있다.(위 사진 오른쪽 작품) 

김/남/호/교/수/이/력

현재 

대한민국 디자인전람회 초대디자이너

경력 

88 서울올림픽 공식가이드북(5개국어)
디자인 아트디렉터(수석디자이너) 역임
88 서울올림픽 육상경기공식가이드북
디자인 아트디렉터 역임 外

수상 
대한민국 디자인전람회 상공부장관상및 특선 2회 수상
KTH 디지털콘텐츠 대상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엠블럼공모전 금상 外

작품 

롯데자이언츠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문신미술관 CIP디자인 外
불가리아 국제무대포스터 트리엔날레
골든비 5 인터내셔널 비엔날레 전시 外 개인전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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