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민요풍 '김치·깍두기 노래'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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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에선 최근 우리 고유 음식인 김치를 주제로 한 가요 '김치.깍두기 노래' 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평양을 다녀온 3차 이산가족 방문단은 고려항공 기내에서 이 노래가 흘러 나왔다고 전했다.

민요풍의 이 노래는 해방 전부터 북한 지방에 구전됐지만 1980년대 보천보전자악단의 가수 김경숙이 전자음악에 맞춰 부르면서 주민들에게 알려졌고 요즘 널리 불린다는 얘기다.

김치.깍두기 노래는 특히 랩으로 처리된 맨 앞과 뒤에 나오는 '김치 깍두기 맛 참 좋시다' 는 대목이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

특히 '만찬진수(萬饌珍羞)차려놓고 김치 깍두기 없으면 아주 맛없네' 라는 대목은 남한에서도 한때 인기를 끈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로 시작되는 정광태의 '김치 주제가' 를 떠올리게 한다.

남북한에서 모두 김치를 다룬 가요가 히트한 셈이다. 두 노래는 모두가 해학적인 데다 단순한 가사와 흥겨운 가락으로 구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김치의 맛을 개발하고 세계적으로 보급하는 데 있어서는 남한이 한 수 위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지난번에 중국 갔더니 김치가 나왔는데 한국식 김치가 나와 남쪽 사람들 큰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며 "남쪽 사람들이 김치를 (세계에) 소문나게 하고 다시 일본에서 '기무치' 라고 하는데 '북조선 김치' 가 없어요" 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북한은 95년께부터는 배추와 양념의 부족으로 각 가정에서 김장을 못하게 되자 80년 말 평양에 건설한 김치공장에서 생산한 것을 이용토록 하고 있다.

한 탈북자는 "공장제조 김치는 플라스틱통에 한두포기 정도 넣어 각 가정에 배달되는데, 양은 적지만 맛은 집에서 담근 것 못지 않다" 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김치.깍두기 노래' 는 북한네트(http://nk.joins.com)에서 들을 수 있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