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무현 대통령 시정연설 요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오늘로써 꼭 1년8개월이 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돈 안드는 선거혁명을 실현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해냈다. 정권을 위해 일했던 이른바 권력기관들이 국민을 위한 봉사기관으로 거듭났다. 대통령이 정당을 지배하고 국회를 좌지우지하던 시대도 지났다. 더 이상 특권이 용납되지 않는 시대, 누구도 국민 위에 군림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에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와 시스템이 마련됐다. 대통령이나 소수 몇 사람의 독단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진정한 민주주의 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북핵문제와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 재조정 등도 지혜롭게 풀어가고 있다. 개성공단 조성을 비롯한 남북간 교류협력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경제는 건설경기 부진, 소비위축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 내년에는 수출증가세마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어 내수 확대가 필요하다.

올해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2천400억달러를 넘고 무역흑자가 250억달러에 이르러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가경쟁력지수.부패지수.국민소득 등은 아직 수출실적에 상응하는 수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 시스템이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과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 전반의 효율성 향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혁신 주도형 경제로 가야 한다.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다. 우리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는 속도보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은 더욱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비상한 각오로 하루 속히 우리 경제와 사회가 높은 기술과 생산성을 갖추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당장 국내경기가 어렵다고 일시적으로 무리하게 경기를 부양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것은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국정의 큰 방향을 인적자원 개발, 기술력 제고, 개방경쟁체제 구축에 두고, 중장기 국가경쟁력 강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을 적극 육성하면서,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된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겨 나갈 것이다.

그리고 사회 전반에 혁신을 확산시킴으로써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를 이룩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사회적 안정이 필요하다. 참여정부는 우리가 이룩한 민주화의 역사적인 기반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사회의 기강과 법 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이다.

노사관계를 비롯한 사회갈등 문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자율적인 해결을 우선하되,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소외계층에 대해 나눔과 보호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사회적 통합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동시에 이루어 나가는 '따뜻한 시장경제'를 실현해 가도록 하겠다.

◇경제

우리나라는 앞으로 수출 주력산업과 신성장 산업을 양대 축으로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2010년대 초에는 국민소득 2만달러, 수출 4천억달러의 무역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현재 세계 4강의 수준에 있는 철강, 조선, 자동차, 정보통신, 전자, 석유화학, 섬유.패션 등 우리의 수출 주력산업은 향후 최소 5년간 세계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수를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을 근원적으로 확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간접자본 구축 등 중장기 사업을 확대하고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겠다. 연.기금의 여유재원도 인력양성, 직업훈련, 보육 등 생선적인 부문과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국부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도 추진하겠다. 이러한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으로 경기를 활성화 시키겠다.

지금은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년 하반기 중 확대하기로 결정한 공공지출 등 4조5천억원을 차질없이 집행하고, 내년도 상반기 재정의 조기 집행, 부문별 감세정책, 연.기금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이 뒷받침되면 2005년 하반기와 2006년부터는 건설경기가 회복되고 소비가 진작될 것이다.

정부는 거시경제 여건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감으로써 내년에도 경제성장률 5%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기름값이 많이 오르고 있다. 에너지 절약시설에 대한 금융.세제지원을 강화하고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나가겠다. 석유 등 해외자원 개발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해 에너지 자급능력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겠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기술혁신 주도형 산업구조로 개편해 나가겠다.

18년간 끌어온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문제도 신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정부의 추진 방침을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해서 건설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국민여러분께서도 에너지 절약을 적극 실천해 주기 바라며, 기업들도 함께 동참해 주길 당부드린다.

◇신행정수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그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의해 집행돼온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의 활동이 중단됐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높은 땅값, 집값, 교통체증, 환경악화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져 가고 있는 수도권의 과밀문제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핵심 정책이다. 또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과도 서로 밀접히 연계돼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기대했던 충청권, 그리고 신행정수도에서 1-2시간 이내의 거리에 공공기관이 이전되어 올 것으로 기대했던 각 지역의 발전 방향과 연관된 정책 전체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유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결론의 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수도권 과밀해소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과제임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어느 국민 누구도, 나아가 헌법재판소도 이 과제를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전략은 작년 연말 이른바 3대 균형발전법의 국회 통과로 어느 당만의 공약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의 대국민 공약이 된 바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대국민 공약의 취지와 정신은 반드시 존중되고 실현되어야 한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헌법재판소의 결론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국가균형발전전략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계획을 세워 반드시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

구체적인 방안은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당과 협의해서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제시하겠다.

◇통일.외교.안보

북핵문제를 6자회담 등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정부는 한.미.일 공조를 보다 공고히 하고, 중국.러시아.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와도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남북대화를 통해서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계속 촉구하겠다.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큰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 경의선 철도와 도로가 곧 연결되고, 개성공단에서 올해 안에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정부는 인내심과 일관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남북관계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이다. 여야를 떠나 초당적 협력을 기대한다.

또한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등 경제통상외교를 더욱 강화하여 개방과 국제경쟁에 대비하고, 국제연합(UN) 등 다자 외교활동도 활발히 펼쳐 나갈 것이다.

최근의 테러 위협에 대해서도 면밀한 예방대책을 세우고 경계태세를 한층 더 강화해서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와함께 재외국민보호에 최선을 다하겠으며, 재외동포의 권익을 신장하고 모국과의 유대 증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중요한 두 축이다. 우리는 자주국방 역량을 갖추어 나가는 동시에 한미 동맹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포괄적인 안보 능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주한 미군 재배치와 용산기지 이전문제가 금년 내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용산기지이전협정비준동의안'과 '평택지원특별법안'을 차질없이 통과시켜 주기 바란다.

◇과학 및 경제시스템 선진화

지금은 과학기술력이 시장과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높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혁신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국가기술혁신체계(NIS)를 구축하는데 전력을 다해 나가겠다.

우리 과학자들이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고, 과학자들과 전문 기술인력이 사회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

2008년 세계 8위의 과학기술 강국을 목표로 미래 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IT, 생명공학, 나노기술분야 등을 중심으로 해외의 우수 연구기관과 기업 R&D센터 유치를 확대하겠다. 기업이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실용화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면서 정부는 초기시장 창출과 제도적 개선을 추진할 것이다.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부품.소재산업이 수입 의존 구조에서 탈피하도록 그 기반을 조성하겠다.

지금은 민주화, 세계화, 디지털화, 네트워크화라고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제도개선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때이다.

기존의 8천700여개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주요 덩어리 규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규제개혁의 성과를 기업들에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

중소기업이 기술혁신과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원천이 되도록 지원하겠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경쟁력 있는 외국기업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하고, 공항.항만 등 물류기반과 차세대 정보통신망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

인천공항은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부산.광양항은 동북아 중심항으로 육성하는 한편, 자산운용업을 특화하여 아시아 3대 금융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다.

쌀 관세화 관련 협상은 유리하게 타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쌀 협상 이후에도 쌀 농가의 소득이 안정될 수 있도록 기존 논 농업 직불제와 쌀 소득보전 직불제가 실질적으로 확충되도록 하겠다. 지식농업과 벤처농업을 통해 농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

◇교육 및 사회복지

미래 사회를 주도할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 아래 대학교육의 구조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하고,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가겠다. 능력과 의욕만 있으면 누구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장기대여 장학금 제도를 확대하겠다.

공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소질과 적성에 따른 창의적인 학교교육, 학생의 개인차를 존중하는 수준별 교육과정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기존 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학교 교육의 과정과 결과를 중시하는 대입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 학생생활기록부의 신뢰도를 높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를 개선하겠다. 학생선발에 대한 각 대학의 특성화와 전문성이 강화되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

학생 선발의 자율성은 인정하지만 고교를 서열화해서는 안된다. 대학은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복지.문화.교육 등의 공공부문부터 일자리를 확대해 나가겠다.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 산업 수요에 맞는 인력양성, 청소년 직업지도 강화 등을 추진하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은 서비스업 중심의 선진국형 고용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지식.사회복지 서비스업 등을 집중 육성해 나갈 것이다.

정부는 일할 의욕을 가진 사람에 대한 복지와 교육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금년 겨울방학부터 결식아동에 대한 중식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제정하겠다.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고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보육기회를 확대하는 등 진정한 남녀 평등을 이루는데 더욱 힘쓰겠다. '고령화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하며, 고령자 고용촉진 대책, 실버산업 육성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

보훈정책의 기본틀을 정립하기 위해 '국가보훈기본법'을 제정하겠다. 식품 및 의약품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사스(SARS), 조류 인플루엔자 등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방역 및 관리체계를 보완.발전시켜 나가겠다.

청소년 문화공간을 확대하고 청소년 관련기구를 통합.정비해 나가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