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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17대 첫 국감, 개선책은…] "이슈 있는 기관, 연중 수시 감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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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지난 19일 국회 재경위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영철 위원장(右)과 간부들이 선서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끝났다. 여야 의원들은 나름대로 의욕을 보였지만 기대했던 '정책국감'의 모습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여야는 국감 기간에도 정쟁을 벌이기에 바빴다. 국감 초반엔 국가기밀 유출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싸웠고, 중반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한 여당의 '4대 입법안'을 놓고 공방전을 펼쳤다. '4
대 입법안'은 국감과 상관이 없는 것이어서 "여당의 국감 김빼기"라는 논란도 있었다. 그래서 정치권 안팎에선 국감을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17대 국회가 그 이전의 국회와 다른 모습을 보이려면 국감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임위별 상시 부분 국감 필요"=다수 의원들과 정치학자.국회관계자들은 1년에 한번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국감은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국회 상임위별로 연중 상시적으로 국감을 할 수 있도록 하되, 국감 대상기간을 시기별로 조정해 몇 군데만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선택과 집중'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20일의 국감 동안 국회의 모든 상임위가 국가기관을 전방위로 감사하는 현행방식은 온 나라를 벌집 쑤신 것처럼 시끄럽게 하면서도 수박 겉핥기에 그친다"며 "내실을 기하려면 각 상임위가 적당할 땐 언제든 대상기관을 나눠 국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상임위마다 분기별로 5일씩의 국감 기간을 정하고, 대상기관도 적당히 나눈다면 국회와 행정부 모두 20일 동안의 동시 다발 국감에 따른 과부하를 막을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도 이런 개선방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중요한 보도자료들이 많았는데 국감 동안 사방에서 한꺼번에 (관련기사가) 터져나와 많은 것들이 그대로 묻혀 버렸다"며 "중요 현안이 있으면 상임위별로 언제든 국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임시국회 때마다 상임위별로 몇개의 소관부처와 기관을 정해 순차적으로 국감을 실시하면 정기국회에선 예산심의와 입법활동에 더 많은 힘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이종수 공보기획관은 "국감은 내실있는 예산.결산 심사를 위해서도 필요하므로, 정기국회 땐 정부부처 본부 감사를 주로 하고, 그 밖의 기간에 열리는 임시국회에선 산하단체를 위주로 감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손혁재 교수는 "국감을 상시적으로 내실있게 진행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로 인해 행정부가 업무에 큰 지장을 받거나 일을 못하게 돼선 안 된다"며 "국회가 현명하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주제가 있는 감사를 하자"=국회는 이번 국감 동안 무려 457개 부처와 산하기관을 감사했다. 국감제도가 부활된 1988년(564개 기관 감사)을 빼곤 가장 많은 기관을 감사한 것이다. 이번의 경우 감사기관당 평균 감사시간은 약 200분이다. 그래서 의원들은 준비한 질의서를 읽는 데도 바빴다.

중앙대 장훈 교수는 "국회가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곳을 다루는 게 문제"라며 "특별한 (감사)이유와 주제가 있는 기관을 골라 주제와 이슈 중심의 국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감NGO 모니터단의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서울시 하나를 가지고 몇 군데 상임위가 동일한 내용을 질의하는 것보다 함께 모여 종합감사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각계 전문가들을 증인.참고인으로 불러 국감을 청문회식으로 운영하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 박수철 방송 기획편성 담당관은 "우리의 경우 국정조사권이 발동될 때에만 청문회를 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미국은 법안.예산심사 등 모든 의정활동에서 청문회를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 교수는 "해당 상임위가 감사를 위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고, 청문회 개최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를 낮추면 정부가 국감에 임하는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감 지원 인프라 만들자"=노현송.김낙순(이상 열린우리당).박형준(한나라당)의원 등은 "국회엔 의원들의 국정감사를 지원하는 기구가 없다"며 "국회의장 직속의 입법지원처 같은 것을 만들어 의원들의 정책제안 등을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의원 보좌진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국회 안에 교육과정을 두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 2시간30분에 그치고 있는 국감 안내 교육을 최소 30시간 이상으로 늘리고 인증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손혁재 교수는 "국감 후 해당부처가 국회의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만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며 "부처의 이행 여부 검증을 위해 국감 시작 전에 전년도의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상황을 점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욱.김성탁 기자 <jwkim@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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