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이 조금 짧아서요…”라고 했지만 HK 홀더웨이(40·한국명 유혜경·사진) 자문관은 간혹 ‘regulation reform(규제개혁)’이나 ‘competition policy(경쟁정책)’ 같은 전문 용어를 제외하고는 정확한 한국말을 구사했다. 11살에 호주로 이민한 그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한국에 온 호주 재무부 공무원이다. 호주는 2006년 G20재무장관회의와 2008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를 치렀다. 홀더웨이 자문관은 APEC 회의를 진두지휘했다.
호주 개최 경험 전수하는 홀더웨이 자문관
그의 한국 파견은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 한국-호주 관계를 증명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국제사회에 소문이 날 정도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홀더웨이 자문관은 러드 총리가 “무조건 힘이 되는 데까지 도와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러드 총리가 발탁했다던데요.
“총리의 전화를 받은 건 아니에요. 호주 총리부(Prime Minister and Cabinet) 차관보가 저를 총리에게 추천해서 총리가 재무부 장관(secretary)에게 전화하셨대요. ‘이 사람을 보내고 싶은데 어떠냐’고. 장관이 말씀해주시더라고요.”
-한국에서 뭘 하라고 하던가요.
“총리부에서 얘기한 건 ‘무조건 힘이 되는 데까지 도와라.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한국 팀 멤버의 한 명처럼 도우면 된다’는 거였어요.”
-각별한 양국 관계의 표현일까요.
“그렇죠. 한국이나 호주가 ‘미들파워’ 국가로서 가까이 하는 일이 많잖아요. 또 G20이 새로운 협의체로 맡은 바를 잘하는 것이 호주에도 중요합니다. G8에는 한국도, 호주도 들어 있지 않으니까요.”
1991년 국세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2년 재무부로 옮겼다. 2004년에 전체 호주 연방 공무원 중 상위 1.7%에 해당하는 국장급(Senior Executive Service)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해 6월 도쿄 주재 호주 재무부 공사로 파견됐고, 11월 한국에 왔다.
-어떻게 공무원이 됐나요.
“ 호주는 원하는 부처에 따로 이력서를 냅니다. 저도 대학을 졸업할 때 국세청에 지원했죠.”
-굉장히 빠른 승진인데요
“당시 재무부에서 저보다 어린 남자 승진자가 한 명 있었고, 여자 중엔 최연소였어요.”
-차별은 없었나요.
“제가 증거 아닐까요. 호주는 어느 나라보다 관용이 있는 나라예요. 다문화를 살리고 잘 조화해 사는 나라죠. 열심히 하고 실력만 있다면 누구든지 호주인으로 나라를 대표할 수 있도록 하는 건 근사하다고 생각해요. ”
홀더웨이 자문관의 남편인 에드워드 홀더웨이는 호주 재정부 공무원이다. 그는 일본으로 발령받은 아내를 위해 휴직하고 지금은 도쿄에서 아들 둘을 돌보고 있다.
-한국 남편은 아내의 이동을 따라 휴직하는 경우가 드문데요.
“아직 호주 남자들도 그런 걸 꺼린다고 봐야죠. 그래서 저도 남편이 뒷바라지 해주니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어요. 하지만 호주가 한국보다는 빨리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호주에서 일하는 엄마로 사는 건 어떤가요.
“호주에서도 힘들긴 힘들어요. 그래도 여기보다 수월하겠죠. 보육 시스템이 더 잘 돼 있고, 아이 키우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커요. 회사 안에 육아실(carer’s room)이 있는데, 컴퓨터와 아이 침대가 있어요. 아이의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아이를 데리고 가서 일할 수 있죠. 회의 때도 사람들을 불러서 방에서 해요. 저도 한두 번 그 방을 써봤고요. 또 정부기관에서는 간병 휴가(carer’s leave)가 제도화돼서 애가 아프면 집에서 부모가 돌볼 수 있습니다. 이런 걸 한국에서도 만들면 출산율도 올라가지 않을까요.”
홀더웨이 자문관은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도쿄로 돌아가 호주 대사관에서 3년 임기를 마저 채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