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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사업이지 취미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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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자산시장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투자 대가들은 위기 혹은 위기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까.

투자 대가에게 배우는 2010 자산관리 전략 #주가 자주 볼수록 실패 … 지수와 개별 주가 구별해야

“투자하기에 앞서 감정 제어하는 지혜 배워야”
세스 A 클라먼 바우포스트 그룹 창립자

미국 투자회사 바우포스트 그룹은 2002년부터 일성신약, 현대약품, 삼아제약, 환인제약 등 저평가된 국내 제약주에 장기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 회사를 이끄는 세스 A 클라먼은 가치투자의 지평을 넓힌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가치투자를 주식에 한정하지 않고 부실채권, 해외주식, 부동산 시장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했다.

클라먼이 쓴 『안전마진: 사려 깊은 투자자를 위한 위험회피 전략』은 1991년 출간된 이후 절판돼 헌책 가격이 우리 돈으로 100만원에 이른다.클라먼은 투자에 성공하려면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투자는 중요한 사업이지 취미가 아니다. 투자자는 펩시콜라와 피카소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하며 투자 대상과 수집품의 차이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사람이 어렵게 모은 돈을 쉽게 투자하지만 투자했다면 투자 대상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관련 책을 읽어 보고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는 노력이 뒤따라야 비로소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클라먼은 실패하는 투자자들은 감정에 지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장의 변동성에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탐욕과 공포 속에서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저축한 돈을 단지 몇 분 동안의 판단으로 투자해 버린다. 주식시장을 불로소득을 얻는 곳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투자를 투기로 만들지 않으려면 투자하기에 앞서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지혜를 충분히 배워야 한다.

클라먼은 “적절하게 분산하고 필요하면 헤지(hedge)하고 안전마진을 갖고 투자하라”고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안전마진이란 충분히 할인된 가격일 때 매수해 얻는 수익을 말한다. 그는 투자 대상의 위험에 대해 모두 알 수 없기 때문에 값이 쌀 때 투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인된 가격에 투자한다는 것은 역발상 투자와 맥을 같이한다. 아무도 투자하지 않아 가격이 가치보다 낮을 때 투자하면 안전마진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투자자는 할인된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식이 위험한가? 위험하게 투자하는 것인가?
론 뮬렌캠프 뮬렌캠프&컴퍼니 창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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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글로벌 경제위기로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경험했다. 지난해 주가 반등으로 시장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식·펀드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마치 뜨거운 물을 먹고 깜짝 놀란 후 다시는 물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한 듯하다. 투자자들의 이런 반응은 자연스러운 본성이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언제든 손실을 볼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이 될 가능성을 애써 외면한다.

과연 주식은 위험한가? 미국의 대표적 펀드운용사인 뮬렌캠프&컴퍼니의 창립자인 론 뮬렌캠프는 이런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그는 가치투자의 대가이자 시장 변화의 맥을 짚어내는 통찰력으로 월스트리트에서 투자의 거장으로 인정받는다. 뮬렌캠프는 과연 위험이란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투자 전문가들은 가격의 변동성을 위험이라고 정의하지만 그는 이를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가령 해마다 이익과 손실을 거듭하는 A라는 투자 수단과 매년 마이너스 1% 성과를 내는 B라는 투자 수단이 있다고 하자. 전문가의 정의에 따르면 꾸준한 성과를 지속하는 B라는 투자 수단이 등락이 있는 A보다 안정적이다.

단지 변동성만을 기준으로 보면 매년 손해를 보는 투자가 오히려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셈이다. 뮬렌캠프는 결국 변동성을 기준으로 주식이 위험하다는 지적은 잘못된 것이며 이보다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어떻게 바뀌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가를 평가하는 기간 역시 큰 변수다.

날마다 주가를 점검한다면 변동성은 커진다. 그런데 그 주기를 일주일로 늘리면 변동성은 줄어든다. 1년에 한 번, 3년에 한 번으로 기간이 길어질수록 변동성은 줄어든다. 주가를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야말로 투자의 변동성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얘기다. 많은 사람이 주가와 부동산 중에서 부동산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10년 동안 집값이 직선 모양의 그래프를 따라 움직인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하지만 실제 집값은 주식만큼이나 변동성이 크다.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일 때는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거래가 없다. 사람들은 대개 집을 팔 때는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6~9개월을 기꺼이 기다린다. 하지만 주식이라면 완전히 태도가 달라진다. 주가가 내리면 공황상태에 빠져든다. 결국 변동성은 위험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 중 하나의 사례일 뿐이며 투자 주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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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지수는 ‘거울’이 아닌 ‘그림’이다”
데이비드 드레먼 드레먼밸류매니지먼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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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이름을 ‘반대론자(Contrarian)’라고 지을 정도로 역발상을 강조하는 데이비드 드레먼은 ‘역발상의 제왕’ ‘역발상의 학장’ 등으로 불린다. 그는 위니펙 상품거래소 회원이자 투자전문가로 활동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주식투자의 세계에 입문했다.

1977년 미국 뉴저지 레드뱅크에 드레먼밸류매니지먼트를 설립해 현재 4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드레먼은 “위기나 공황이 한창일 때는 정상적인 가치기준이라는 게 없다”며 “주식의 진정한 가치는 안중에 없고 곤두박질치는 가격에만 시선이 쏠려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한다는 주변의 얘기 때문에 가격 하락세는 더욱 심해진다고 했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는 『역발상 투자』라는 저서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11번의 위기 상황을 분석했다. 1948년 베를린 봉쇄부터 1987년 블랙 먼데이와 1990년 걸프전쟁까지 위기 이전과 이후의 다우지수를 추적한 것이다. 드레먼에 따르면 위기 때마다 매번 투자했다면 1년 후에 총 11번의 투자 가운데 10번은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위기 이후 주식을 2년 동안 보유했을 때는 수익률이 극적으로 높아졌다. 11번 위기 모두에서 돈을 벌 수 있었으며 평균 37.5%, 최고 66.5%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레먼은 위기에 매도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대응이라고 잘라 말한다. 공황일수록 사야 하며 팔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적지 않은 투자자가 저점에서 대거 주식을 팔았다가 주가 회복을 그저 바라만 봐야 했다. 그는 위기가 왔을 때 주가 하락을 뒷받침하는 이유를 주의 깊게 분석해 보면 근거 없는 이유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런 근거 없는 이유로 주가는 더 많이 하락한다.

드레먼은 주가지수가 실체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실체와 다르게 그려질 수도 있는 ‘그림’에 가깝다고 말한다. 드레먼의 말이 맞다면 코스피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해도 개별 주가는 상승하기 때문에 이를 구별해야 한다. 지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인덱스펀드 투자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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