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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승정원일기' 전산화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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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보 제303호인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의 전산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성무)는 올해부터 앞으로 10년간 1백10억원(올해 예산은 5억원)을 투입해 '승정원일기' 의 전산화 작업을 끝내기로 했다.

'승정원일기' 는 조선시대 왕명의 출납(出納)을 관장하던 승정원이 날짜별로 매일 작성한 것으로 국왕의 하루 일과와 지시, 각 부처의 보고, 상소 자료 등이 실려 있다.

국왕의 사후에 사관(史官)들이 편찬한 실록과 달리 당대 승지나 주서(注書.오늘날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기록물이란 점에서 실록보다 오히려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승정원일기' 의 전산화작업은 조선사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승정원일기' 원본 3천2백45책은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돼 있으며 이 원본의 초서(草書)를 해서(楷書)로 바꾸는 작업, 즉 탈초(脫草)과정을 거친 등사본(사진)은 이미 1977년 국편에 의해 1백41책으로 나왔다. 탈초하는데도 무려 17년이 걸렸다.

'승정원일기' 는 조선 초기부터 있었으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소실됐다.

지금 남아있는 것은 인조이후 1623년부터 1910년까지 2백88년간의 기록이다. 비록 전 조선시대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기록이지만, 무려 2억4천2백50만자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미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의 8백88책 5천4백만자에 비해도 4배가 넘는 방대한 물량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승정원일기' 는 조선사 연구의 핵심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이 사료를 기초로 삼은 연구물로는 10편 내외의 논문이 고작이다.

이 가운데 국민대 교수를 지낸 송찬식씨의 '조선후기 사회경제사 연구' 등이 눈에 띈다.

따라서 국편은 '승정원일기' 의 전산화로 한국 근세사 연구가 보다 활성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산화 작업의 실무책임자인 박한남 편사연구관은 "한문을 읽기 쉽게 쉼표.마침표.물음표.인용부호 등 총 17가지의 표점 원칙에 따라 전산화가 이뤄진다" 며 "표제어와 연계자료 검색 등이 가능해 전문 연구자 뿐만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살아있는 역사책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 전망했다.

'승정원일기' 는 올해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후보로 올라가 있으며, 등재 여부는 10월말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국제자문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된다.

현재 세계기록문화유산에는 현재 26개국 47건이 올라있으며 이 가운데 한국에서는 97년 '훈민정음' 과 '조선왕조실록' 이 지정된 바 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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