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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 실리콘앨리의 새해 첫 다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두 부류의 사람들이 따로 서서 웅성거리고 있다. 첫째 부류는 이제 그 동네에서 만나볼 사람은 웬만큼 다 만나봤지만 구원의 손길이 선뜻 나서기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 둘째 부류는 첫째 동네로의 진출을 갈망하지만 여전히 어렵거나 두려운 점이 많아 용기를 못내고 관망만 하는 이들이다.

여기서 첫째 부류는 기술력과 개척정신으로 무장된 신경제의 선두주자들인 닷컴 회사들이고, 둘째 부류는 돈 많은 구경제권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로의 만남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결성된 뉴욕 인터넷 상공회의소(NYICC)의 창립자 찰리즈 무어는 그의 파트너 마니 미셀리가 데려간 구경제권 인사들과의 모임에서 마치 자신이 저녁식사에 초대된 의사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의문과 두려움으로 가득찬 이들은 정보기술(IT)전문가인 자신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두려움에 찬 이들은 곧 신경제인들의 고객이 될 사람이다.

사실 닷커머들끼리는 숱하게 만나온 탓에 더 이상 만나?사람도 없고 자신들의 서비스를 사줄 고객도 없다. 그래서 구경제권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무어와 미셀리 두 사람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 만날 때는 공통의 관심 또는 지향점이 있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없도록 서로의 다른 언어를 쉽게 잘 소화해 전달해 줄 체계도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고 당겨주면서 또다른 신경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긴밀한 관계의 형성과 대화의 장, 즉 만남이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고 도와 공통의 목표를 달성한다.

그러나 교육을 필요로 하는 곳은 비단 이들 경제권 사람만이 아니다. 앞으로 인터넷과 관련된 여러가지 법률의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고, 이 일이 닷커머들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가려면 정치권 사람들도 새로운 경제체제와 신기술의 역량에 대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회사야 탄탄한 변호사들이 목소리를 드높여 주겠지만 중소 규모 닷컴 회사들을 위해서는 누가 나서서 말해줄 것인가. 그러므로 닷커머들은 정치인들과도 만나 이야기해야 한다.

실리콘 앨리의 새해 다짐은 이처럼 서로 만나 대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듯하다. 닷컴 회사들은 이제 더 이상 자신들끼리만 말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서비스를 사줄 이들을 만나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회사들은 닷커머들을 만나 자신들이 안고 있는 기술적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게 될 것이다.

한국의 새해 신경제도 서로가 만나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데서부터 시작되기를 바란다.

뉴욕퀀텀리서치 신성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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