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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식공간 연출가 황규선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식사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하는 사교의 장(場)이죠. "

최근 식탁 장식과 요리를 하나로 묶은 책 '아름다운 식탁' 을 펴낸 황규선(49)숙명여대 디자인대학원 객원교수.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식공간연출가다.

식공간연출이란 목적에 맞게 식사 공간을 연출해 사람들이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단순한 테이블 세팅의 차원을 넘어 풍요로운 식생활을 위한 메뉴와 스타일을 개발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때문에 종합예술적 성격이 강하다고 그는 말한다.

"음식에 대한 지식은 필수고 그릇.직물 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꽃꽂이를 비롯해 인테리어도 신경을 써야 해요. 공간의 조화가 중요하죠. 그래서 식공간연출가를 토털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라고도 부릅니다. "

그가 식공간연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 때문이었다. 1978년 일본으로 발령받은 남편을 따라 일본 현지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뒤 일본 주부들이 각종 소스와 재료의 이름 및 용도를 훤히 꿰고 있을 뿐 아니라 손님 접대에도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예전에 한국 주부들은 손님을 초대하면 음식만 많이 차려놓고 부엌에 들어가 있었쟎아요. 일본 주부는 달랐어요. 같이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분위기를 이끌더군요. 그 때 문화적 격차를 느꼈습니다. "

10년 전 일본에서 테이블 코디네이션 과정을 다니기 시작, 츠지 요리학원 푸드 코디네이트 과정 등을 수료한 그는 일본에서 한국 상차림을 테마로 몇차례 전시회를 열었고, 96년엔 서울 조선호텔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주부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자기 자신을 가꿔갈 수 있도록 주부 재교육을 활성화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강의를 하다 보면 기술만 대강 가르쳐 달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약식으로 배우면 금새 바닥이 드러나는 데도 말이죠. 기본부터 천천히 깊이있게 공부해야 합니다. "

그는 "흔히 테이블 데코레이션이라고 하면 사치스럽다고들 생각하지만 아름다운 식탁은 비싼 요리와 식기로 차려진 식탁이 아니라 따뜻한 이야기가 절로 오갈 수 있어야 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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