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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거 손질' 논의 한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플로리다주 개표 공방으로 혼란을 겪은 미국에서 선거제도 개선 논의가 한창이다.

제43대 대통령 당선자인 조지 W 부시는 유권자 전체 득표에선 54만표 차로 뒤졌다.

하지만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해 승리한 미 역사상 네번째 대통령이 됐다.

19세기에나 가능한 줄 알았던 이런 일이 2000년 선거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법원이 대통령을 뽑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이대론 안된다" 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난 18일 워싱턴 포스트와 CNN방송이 유권자 8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62%가 간접선거를 직접선거로 바꾸기 위한 헌법 개정을 지지했다.

그러나 반대론도 만만찮다. 직접선거가 도입되면 오직 한가지 이슈만 내세우는 이익단체나 미디어 정치꾼, 백만장자 등이 앞다퉈 대선에 출마하고 주별로 소수 정당들이 난립해 정치 혼란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반(反)이민정당.녹색당.반(反)총기통제당 등 이름도 낯선 소수정당 출현으로 양당제 기반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다.

게다가 직접 선거방식으로 전환하려면 헌법 상 전체 주 가운데 4분의 3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인구가 적은 주들이 동의해 주지 않을 게 확실하다.

직접선거가 되면 대통령 후보들의 관심이 인구가 많은 주에만 쏠리고 결국 자기 주의 영향력이 감소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와 CNN방송 조사에서도 '직접선거를 하면 소규모 주들의 역할이 감소하는데 그래도 괜찮으냐' 고 질문하자 직접선거 지지율이 62%에서 42%로 급락했다.

그래서 선거인단 제도를 존속시키되 이를 개혁하자는 여러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소수파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전체 유권자의 지지를 한표라도 더 받은 후보에게 50개주와 콜롬비아 특별구의 두명씩 1백2명의 선거인단을 보너스로 주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내셔널 보너스 플랜' 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인구가 적은 주일지라도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아 반대가 적을 것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가 재원이 부족한 주에 투표시스템 개선을 위해 재정지원을 하는 것과 투표일을 공휴일로 하는 정도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18일 실시된 공동 여론조사에선 조사 대상자의 90%가 투표용지 도안을 전국적으로 통일하기 위해 연방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86%는 재검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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