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장인근 50만t '쓰레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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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70억원어치의 검은 상혼' 뒤처리 때문에 경기도 고양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공사현장에서 일산 쪽으로 가다 보면 난지도와 1㎞ 가량 떨어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523 자유로변에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나타난다.

9천6백64평 농지에 콘크리트 덩어리 등 건축폐기물이 평균 9m 가량의 높이로 쌓인 이 '쓰레기 산' 은 군데군데 폐가전제품과 비닐 등 일반쓰레기까지 섞여 자유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처럼 건축폐기물 더미가 쌓인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은 1997년 3월 이후. 건축폐기물 처리업체인 H사.G사 등 2개사가 건축폐기물을 야적할 수 없는 그린벨트 내 농지를 토지소유주들로부터 임대해 94년 9월부터 건축폐기물을 무단으로 반입한 뒤 수수료만 챙긴 채 불법으로 쌓아놓은 것이다.

고양시는 97년 3월 불법 야적장을 강제 폐쇄하고 업체 대표 2명을 검찰에 고발해 실형을 받도록 했으나 쓰레기 더미는 손을 쓰지 못했다.

그 상태로 4년째 방치돼온 이 쓰레기 더미 처리가 다시 고양시의 현안으로 부각된 것은 월드컵 경기 때문. 월드컵조직위는 "월드컵 관련 행사가 시작되는 내년 하반기 이전까지 쓰레기 더미를 처리하지 않으면 수많은 외국 방문객에게 나쁜 인상을 주게 된다" 며 지난해 7월부터 고양시에 대책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고양시는 폐기물 양이 워낙 많아 처리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난감해 하고 있다.

시가 집계한 양은 부피로 따져 28만4천4백40㎥. 무게로는 50만t에 이른다.

이를 수도권 매립지 내 폐기물처리장으로 가져다 버리는 데 대략 70억원이 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 관계자는 "원칙대로 하자면 폐기물을 반입한 업자들에게 원상 회복시키도록 해야 하지만 업자들이 영세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시의 재정형편도 쓰레기 처리에 70억원을 사용할 정도로 넉넉지 못하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월드컵조직위와 건설교통부에 처리비용 전액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 한 관계자는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가 중요한 만큼 지방재정의 열악한 형편을 감안해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월드컵조직위와 건교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감독.감시 소홀로 발생한 문제이니 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정부의 반응이 냉담하자 고양시는 최근 자유로변 쓰레기 더미 앞쪽에 나무를 3중으로 심는 방법으로 눈가림을 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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