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1947~) '생의 간이역에서' 전문
"다음은 대전역입니다
내리시기 전에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살펴봅시다"
내 생애 잊고 내린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눈물나도록 감사했던 일들과
사랑했던 이름들과
때론 추억까지도 잊고
훌쩍 내려버린 시간
아 내리기 전에
한 번쯤 살펴보는 것이었는데
다음 역
내 생의 간이역에 내릴 때는
또 무엇을 두고 내리게 될는지
종착역까지
제대로 가지고 갈 것이
할머니, 어머니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대전발 0시50분, 그 가락국수와 추억의 열차. 때로는 나 자신마저 놓친 적이 허다했다. 한 줄의 시를 위해 서울을 오르락내리락했던 학창시절이었다. 지난해에는 내 인생의 간이역에서 백혈병으로 아내를 놓칠 뻔한 적이 있었다. 아내는 0시50분, 맨발에 새 구두를 바꿔 신고 혈액형도 바꿔 달고 밤 늦은 열차를 타고 집에 왔었다. 종착역까지 더 무엇을 잃고 갈 것인가.
송수권<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