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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새 애니 '황제 쿠스코'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처음에는 '태양의 왕국' 이라는 제목의 역사적인 서사물로 구상을 했어요. 줄거리 작업이 진행되면서 제작진 내부에서 희극적인 요소가 가장 재미있는 부분으로 부각되면서 결국 애초의 기획과는 달리 이런 코미디 성격이 짙은 작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작자 랜디 풀머의 이런 말을 곁들이지 않더라도 월트디즈니사가 현지 시사회를 통해 공개한 최신작 애니메이션 '황제 쿠스코' (가제.원제 The Emperor' s New Groove. 미국개봉 12월 15일.한국개봉 내년 1월13일)는 이제까지의 '디즈니표' 애니메이션과 사뭇 달랐다.

'인어공주' (1989년) 이래 '지난 10여년간의 '디즈니 애니메니션이 선과 악이 명확한 극적 줄거리와 화려한 노래.춤을 자랑해온 뮤지컬풍이었다면, '황제 쿠스코' 는 차라리 순발력 넘치는 시트콤에 가깝다.

'황제 쿠스코' 는 민가를 헐고 여름별장을 세우려던 황제 쿠스코가 권력을 탐하는 신하 이즈마의 마법으로 라마(당나귀와 비슷하게 생긴 낙타과 동물)가 되었다가 평범한 농부 파챠의 지혜로 제자리를 찾는다는 줄거리.

배경설명을 과감히 생략하고 곧바로 사건전개로 들어가는 빠른 진행, 극의 흐름을 중단시키고 주인공 자신이 해설자로 잠깐 등장하는 서술방식, 극 곳곳에 등장하는 속사포 같은 유머 등은 '디즈니=족용(사실상 어린이 위주)' 이란 공식과 다소 거리가 있다.

독재자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인정에 약한 황제 쿠스코나 쿠스코를 없애버리라는 악녀 이즈마의 명령을 어기는 '우유부단한 '부하 크롱크 등 등장인물의 성격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누기 힘든 것도 고전적인 디즈니 문법과는 크게 다르다.

감독 마크 딘달은 "사장이나 제작자나 뭔가 새로운 것, 덜 전형적인 것을 해보라고 요구했다" 면서 "이게 기회다 싶어 스태프가 저마다 무수한 아이디어를 내놨고, 그 중 코미디적인 요소가 팀원들에게 인기를 끌어 전체적인 줄거리 역시 변화하게 된 것" 이라고 설명을 거들었다.

이처럼 변화를 초래한 의도는 무엇일까. '황제 쿠스코' 가 앞서 개봉한 드림웍스의 '엘도라도' 처럼 남미가 배경인 점을 지적(디즈니와 드림웍스는 98년에도 각각 '벅스라이프' 와 '개미' 로 비슷한 소재를 다뤘다)하는 기자에게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담당 사장 토마스 슈마허가 한 말은 한 가지 힌트를 준다.

슈마허 사장은 "최근 크게 성공한 애니메이션은 제작사를 잘 모르는 작품" 이라면서 드림웍스나 폭스의 작품이 아니라 영국의 '치킨 런' 과 미국의 '러그래츠' '사우스파크' '비비스와 버트헤드' 등을 성공작으로 언급했다.

후자의 미국애니메이션들은 어린이용이라기보다는 성인 악동 취향의 작품들. 다음 세기에는 '디즈니표 성인물' 도 탄생하는 것일까. '황제 쿠스코' 이후가 궁금해진다.

뉴욕=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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