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라다 하야" 10만 시위

중앙일보

입력 2000.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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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이 벼랑끝으로 몰렸다. 불법 도박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의혹 때문에 민심이 돌아서고 있는 가운데 그의 권력기반을 떠받치던 정치인들이 속속 사임을 촉구하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달걀로 바위 치기' 로 보이던 그의 탄핵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편 야당 소속의 글로리아 아로요 부통령은 에스트라다의 하야에 대비, 새 내각 구성작업에 들어갔다고 측근들이 밝혔다.

◇ 꼬리무는 탈당〓5일까지 집권 여당인 인민투쟁(LAMP)연합을 탈당, 반(反)에스트라다 진영에 가담한 현역 의원은 50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엔 탄핵안을 처리하는 프랭클린 드릴런 상원의장과 마누엘 빌라르 하원의장 등 유력 정치인도 포함돼 있다.

하원에서의 야권 세력은 재적 3분의 1을 넘는 90여명이 돼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 상원에 송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원은 6일 법사위를 열어 탄핵동의안을 심의한 뒤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상원 송부를 표결로 결정할 방침이다.

탄핵의 최종절차인 상원의 탄핵재판에서 탄핵이 가결되기 위해선 재적의원 22명(정원 24명 중 2명은 사망 등 유고) 가운데 3분의 2인 15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드릴런 상원의장은 "현재 모두 13명의 의원이 탄핵안을 찬성한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2명만 더 여당을 탈당하면 필리핀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사태가 빚어지게 된다.

◇ 가열되는 시위〓4일 마닐라와 주요 도시에선 10만명이 넘는 군중이 에스트라다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마닐라에선 하이메 신 추기경의 주도로 1986년 독재자 마르코스를 권좌에서 쫓아냈던 '민중의 힘' 운동의 상징인 에사드 성당에서 집회가 열렸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은 아로요 부통령에 대해 "필리핀을 이끌 차기 대통령감" 이라며 지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나는 한푼도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다" 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에스트라다는 5일 탄핵과정에서 범죄에 연루됐다는 게 증명돼야만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거나 정.부통령이 동반사퇴하고 선거를 새로 치르자고 제의했다. 서민층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높아 직접 투표에선 승산이 높다는 자신감에서다.

이 제안은 야당에 의해 거부돼 필리핀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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