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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정복'펴낸 카지노업 산증인 최수홍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신간 '카지노 정복(김영사.2만9천원)' 은 위험한 책이다. 우리 사회의 정서상 위험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리뷰하는 작업은 '카지노〓가진 자들의 유한놀음' 이라는 사회적 선입견과 정면에서 충돌하기 때문에 '모험' 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루는 것은 '한국 카지노업의 증인' 이라는 저자 최수흥(57)씨의 목소리가 결코 사행심 조장 쪽과 상관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외려 그 반대에 속한다.

문민정부 시절 세칭 빠찡꼬(슬롯 머신)에 대한 서슬 퍼런 단속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고, 카지노업 역시 된서리를 맞았던 기억이 선하다.

그러나 저자는 미처 몰랐던 점을 환기시켜준다.

카지노 관련 법률이 과거 경찰청 소관의 사행위단속법에 속해 있었으나 지금은 문화관광부의 관광진흥법으로 이관됐다는 점, 그리고 외화 유출의 창구로만 알았던 카지노가 국내에서 매년 1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기도 한다는 얘기 말이다.

다음은 교회의 안수집사이기도 한 저자와의 일문일답.

- 상당히 멋쟁이신데, 당신의 이력이 궁금하다.

"1968년 워커힐 카지노의 제6기생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컨설턴트로 활동하는데, 중국 베이징의 금순 카지노 등에 간여하고 있다. 딜러 생활을 거쳐 지금까지 국내의 주요 카지노 개장에도 일정한 역할을 했다."

- 이를테면.

"70년대 이후 개장을 도왔던 해외의 주요 카지노로는 말레이지아 겐팅 하일랜드 등이 있고, 제주 신라호텔 카지노도 내 손으로 개장을 했다. "

- 책을 보니 '카지노에 중독된 분들에게도 내 책이 치유 기회가 될 것을 기대한다' 는 대목이 있다. 역설적이다.

"아니다. 말 그대로 이해해 달라. 카지노는 본디 시간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임을 책에서 분명히 했다.

내 책은 '게임에도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는 전제 아래 서술된 게임요령이자 카지노의 역사다. 동국대 등 국내 대학에 관련 학과가 상당수 있지만 막상 교재는 없는 형편도 감안했다. "

- 그래도 도박은 도박 아닌가.

"도박의 역사는 기원전 3000년께 이집트 고대문명에도 있었다. 나는 59년 영국 왕실위원회에서 '도박은 조절하되 금지해서는 안된다' 고 한 현명한 결정을 환기시키고 싶다. 그게 인간사 아닌가 싶다. "

- 책을 보니 민간 외교관으로서 딜러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던데.

"당연하다. 나는 딜러로서의 인생에 만족한다. 무수한 외국의 VIP들을 미소로 모셔보기도 했다.

책에 썼듯 또다른 보람은 카지노를 통해 외화 획득의 첨병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60년대 미군의 군표(軍票)모으기에서 시작했다. 유공업체로, 여러번 정부가 주는 표창도 받았다."

- 문민정부 시절의 된서리를 어떻게 평가하나.

"그때 일본이 엄청 좋아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왜 남에게 좋은 일을 시키나. 당시 경험은 끔찍했다. 원칙과 탄력성이 모자란 결정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60년대에 일찍이 워커힐을 만들었다. "

- 카지노의 오락적 기능을 어떻게 평가하나.

"좋은 질문이다. 내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인데, 한마디로 카지노는 손쉽게 돈을 만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반면 카지노는 모든 것을 잃게 할 만큼 엉터리 같은 곳도 아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도 내국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가 강원도에 생겼다. 기대를 많이 한다. "

- 우리나라 딜러들의 수준은 어떠한가.

"감히 말하지만 세계적 수준의 매너와 실력이 있다. 과연 우리가 손재간 하나는 비상한 민족임을 깨닫는다. 단 영어 실력이 문제라면 문제다. "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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