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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베이징의 고민 … 변두리 ‘개미족’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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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중국 대도시의 변두리에 새로운 ‘종족’이 출현했다. 이른바 ‘개미족(蟻族)’이다. 개미족이란 대외경제무역대학 롄쓰(廉思) 교수가 지난해 출간한 같은 이름의 책 제목에서 유래했다. 그는 대도시 주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청년 집단의 삶을 장기간 탐사하고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중국 지식인이 즐겨보는 신경보(新京報)에 의해 최근 ‘2009년의 책’으로 선정됐다.

롄 교수는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 세대로, 대학을 졸업했으며, 취업을 못 했거나 저임금 임시직에 종사하고, 자기 집을 구하지 못했으며, 대도시 변두리의 빈민가에 모여 사는 집단’이라고 규정했다. 몸은 약하지만 지능이 높고 무리를 지어 사는 개미의 특성에 빗댄 말이다. 일용직 일감을 찾아 도시로 몰려나온 농민공(農民工)은 저학력자이지만 개미족은 대학 교육으로 무장한 지식인층이란 게 큰 차이다.

개미족은 집안 배경이 좋은 대학 동창들이 졸업과 동시에 국유 기업에 취직하거나 부모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는 현상을 보면서 위화감을 느낀 부류다. 이 때문에 빈부격차에 누구보다 문제 의식이 강하다.

롄 교수가 직접 탐사한 베이징(北京) 시내 북쪽의 탕자링(唐家嶺)촌은 대표적인 지역, 즉 이취(蟻區)로 꼽힌다. 베이징 교외선 전철(13호선)에 인접한 이곳은 중국의 재래식 주택인 핑팡(平房)이 닥지닥지 모여 있다. 이곳에서 개미족들은 한 달에 300위안(약 5만원)을 주고 8㎡의 개미굴 같은 공간에서 산다.

사회학자들은 “개미족이 희망과 출구를 찾지 못하면 사회 불만 세력이 조직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급기야 베이징 시 정부는 “(개미족을 위해) 초소형 공공 임대주택 건설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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