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일 영화 '글루미 선데이' 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자살자의 찬가' 로 불리는 '글루미 선데이' 의 단조 선율을 전편에 깐 영화 '글루미 선데이' 는 1939년 나치 점령지를 배경으로 한 독일 감독 작품으로 아름다운 한 여자를 세 남자가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적잖이 식상할 수 있는 통속적인 설정이지만 영화는 시작과 끝이 직선으로 이어진 듯한 견고한 드라마, 교묘하게 교직한 그들의 애정관계, 그리고 추악한 인간 역사의 반추로 그런 약점을 훌쩍 뛰어넘는다.

빔 벤더스 이후 독일 영화계가 주목하는 롤프 슈벨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출신답게 감정의 질곡에 빠지지 않고 사랑과 죽음, 우정과 배신을 생동감있게 그려내 작품의 품격을 한층 올려놓고 있다.

특히 러브 스토리 특유의 낭만적 요소에다 미스터리 기법을 가미한 반전은 음악의 울림과도 같은 여운으로 남는다.

영화의 제목이자 흐름을 주도하는 음악인 '글루미 선데이' 는 1935년 피아니스트 레조 세레스가 연인 헬렌에게 실연 당한 후 그 아픔을 담아 만든 노래로, 레코드 출시 8주 만에 헝「?【??1백87명이 자살했을 정도로 분위기가 몹시 우울하다.

그 후 빌리 할러데이, 루이 암스트롱 같은 유명 가수들이불렀으며 지난해 개봉됐던 한국영화 '아나키스트' 에서도 여주인공이 이 노래를 불렀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유대인 자보(조아킴 크롤)와 매혹적인 그의 여인 일로나(에리카 마로잔)는 부다페스트에서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한다.

마침 그들은 레스토랑에서 연주할 피아니스트로 고독에 찌든 남자 안드라스(스테파노 디오니시)를 고용한다.

첫 눈에 일로나에게 사랑을 느낀 안드라스는 생일 선물로 '글루미 선데이' 를 작곡해 선사하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저녁 독일 손님 한스(벤 베커)도 일로나에게 청혼한다.

그 노래가 연주된 날부터 네 사람의 운명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자살을 시도한 한스를 구해준 자보는 오히려 독일 장교가 돼 돌아온 한스에 의해 유대인 수용소로 보내지고, 나치의 강요로 일로나가 '글루미 선데이' 를 부르던 날 안드라스 역시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눈다.

순수한 청년에서 냉혹한 장교로 변신한 한스는 끝내 일로나를 겁탈하기에 이르지만 그 역시 죽음의 송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제시카 랭의 '뮤직박스' 못지 않게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풍광이 돋보이고 사랑의 의미와 인간 존엄성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서사구조와 영상미, 그리고 음악이 조화를 이룬 수작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고가는 슬픈 운명의 여자 일로나역을 맡은 헝가리 배우 에리카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인이고, 재능은 많지만 불운한 삶을 살았던 천재 안드라스는 '파리넬리' 에서 혼신을 다한 연기를 보여준 스테파노가 맡았다.

21일 개봉.

신용호 기자

만삭이 된 일로나가 안드라스의 무덤 앞에 서 있다. 아무도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모른다. 기분이 좋을 때면 자보의 아이가 되고 음악을 듣다가 우울해 지면 안드라스가 아버지여도 좋다. 아주 기분이 나쁠 땐 '한스의 아이' 라고 할 지 모른다. 영화의 묘미가 담긴 장면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