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 고혈압·천식에 효과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을 낮추고 심신을 안정시킨다. 숲에서 다양한 자연치유요법과 현대의학·한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을 숲 치료라고 한다. [중앙포토]

숲과 물을 이용한 치료는 우리에게도 친근하다. 숲에서 나무가 뿜어내는 향을 마시는 산림욕은 숲 치료의 한 종류다. 가정에서도 손쉽게 하는 반신욕이나 온천욕은 수 치료와 같은 원리다. 숲과 물을 이용해 질병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회복하는 자연요법이 숲 치료, 수 치료다.

숲은 천식·아토피·고혈압 부정맥에 효과
지난해 일본 지바대 연구팀이 숲과 도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12명의 남성을 도시와 숲에서 순서대로 머물게 한 뒤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이들은 도시에서 2박3일간 지내면서 타액 내 코티졸(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농도와 혈압, 심박동 수를 측정한 뒤 숲으로 옮겼다. 숲에서 같은 기간을 머물며 같은 항목을 측정해 비교한 결과 숲에 있을 때 코티졸 농도, 혈압, 심박동 수 모두 도시에 있을 때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액의 코티졸 농도는 도시에선 평균 0.6~0.8㎍/㎗였으나 숲에선 0.2~0.3㎍/㎗로 내려갔다. 확장기 혈압은 평균 85㎜Hg에서 75㎜Hg로 떨어졌다.

이런 결과 중 일부는 숲 속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덕분이다. 편백나무·소나무와 같은 침엽수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몸에서 코티졸 농도를 낮추고 뇌에서 알파파를 증가시켜 심신을 안정시킨다. 피부염증을 방지하고, 인체의 활성과 기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있다. 이 때문에 숲은 특히 천식이나 아토피 피부염, 고혈압·부정맥 같은 심장질환, 우울증을 앓는 환자 등에게 효과가 있다.

숲의 청정한 공기도 자연치유에 한몫한다. 숲은 도시보다 미세먼지가 몇 백 배에서 몇 천 배 적다. 각종 균도 마찬가지다. 독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결핵과 같은 전염성 질병을 가진 환자들이 숲에서 휴양을 해 효과를 봤다. 또한 숲에서 긴장이 완화되고 편안하게 가지는 마음은 면역력을 증강시키게 된다. 이러한 효과는 학문적으로 정신신경면역학적 원리에 의한 것이다. 숲에서는 자연히 몸을 움직이게 돼 운동 효과도 있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과 미국에서는 일찍이 숲 치료가 자리 잡았다. 독일에서는 숲 환경을 활용해 운영되는 병원이 전역에 300여 군데 된다. 의사들은 일부 질병에 대해서는 숲에 있는 병원에서 휴양하라고 처방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단계다. 숲의 효과를 체험하는 수준일 뿐 숲에 있는 병원에 휴양을 처방하는 사례는 아직 없다. 최근 산림청이 자연휴양림을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치유의 숲’으로 개발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숲 치료는 숲 안의 자연, 물리, 화학적 성분을 이용해 신체적·정신적·심적·감정적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자연치유요법이다. 하지만 숲 자체만으로는 치료 도구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숲 치료라는 표현보다는 ‘산림 의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산림의학이란 숲의 특성을 활용해 도시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자연치유요법을 현대의학적·한의학적 치료와 병행하는 것이다.

숲 치료는 특별한 부작용은 없지만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심각한 심장부정맥, 심한 협심증 등 응급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질환의 환자들은 사전에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사해에 몸 담그면 아토피 개선”
독일 병원에서 근무할 때 환자 중 아토피 피부염을 심하게 앓는 8세 소년이 있었다. 대개 환자 가족이 그렇듯 소년의 부모는 반복되는 약물 처방을 원치 않았다. 방학을 이용해 그리스의 사해 쪽으로 휴양을 가라는 처방을 해줬다. 그곳에서 일주일간 머물며 바닷물에 몸을 담근 소년은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거의 완쾌돼 돌아왔다. 소년에게 처방했던 요법은 수 치료의 한 종류인 사해 요법이다. 사해의 바닷물은 피부에 좋은 마그네슘, 브롬 등 광물질이 풍부하고 소금 농도가 높아 피부의 진정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아토피·습진·건선 등 피부 질환에 효과가 있다. 물에 몸을 담글 때 느끼는 스트레스 완화 효과도 도움이 된다. 아토피나 천식은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이처럼 해수탕이나 사해에 가도록 휴양 처방을 해 증상이 완화되고 재발이 방지된 환자 사례가 많다.

국내에서는 재활의료를 목적으로 하는 수 치료보다는 웰니스 중심의 수 치료가 더 활발하다. 물속에서 하는 재활치료부터 중·노년층이 애용하는 아쿠아로빅, 웰니스, 자연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수 치료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물의 온도와 성분을 이용해 인체의 기능과 활력을 높여주는 요법으로, 혈액 순환과 피부 관련 질환에 주로 적용된다.

수 치료는 나라마다 다양한 요법이 개발돼 있다.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대중화된 온천과 반신욕도 수 치료의 일종이다. 영국이나 독일·핀란드 등지의 목욕 또는 사우나 문화도 꼽을 수 있다. 숲 치료와 마찬가지로 수 치료도 유럽 병원에서는 통증을 완화하는 요법으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 병원에선 아직 낯설다. 유럽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수 치료로 모아 요법(Moor Therapy)이 있다. 모아(피트라고도 함)는 낙엽 등 식물 잎이 수백 년 이상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흙이다. 이를 40도 정도로 가열해 욕조에 넣고 따뜻한 물과 섞어 목욕을 한다. 요통이나 척추 질환, 관절염, 류마티스 환자들은 통증이 완화되고 통증을 유발하는 수용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크나이프 요법은 수 치료, 운동 치료, 생약 치료, 영양 요법, 심신 요법 등 다섯 가지 요법으로 구성돼 있다. 정맥류·관절염·수면장애·두통 등 다양한 질환에 사용되나 심장과 같은 순환기 질환에 특히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뜻한 물(36~39도)에 15~30분 동안 몸을 담근 뒤 차가운 물(15~18도)에서 15~30초 냉욕을 한다. 찬물에선 혈관이 수축하고, 더운 물에선 확장하면서 혈류 순환을 높여주는 원리다. 심장 질환이 심한 환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목욕 시간이 15분을 넘지 않도록 한다. 또 모든 수 치료는 금연과 금주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성재 고려대 의대 통합의학교실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