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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조명록 워싱턴 방문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 조명록 특사가 워싱턴에 도착한 9일(현지시간)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기념하는 공휴일(콜럼버스 데이)이었다.

그가 투숙한 호텔의 이름도 최초의 이민자들이 타고 왔던 배의 이름인 메이플라워다. 과연 미국이 북한의 '신대륙' 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비상한 관심 속에 趙특사는 워싱턴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趙특사는 백악관에서 네 블록 떨어진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워싱턴의 첫날 밤을 보낸 뒤 10일 오전 국무부로 올브라이트 장관을 예방했다.

趙특사는 정장 차림으로 올브라이트 장관을 만났으나 빌 클린턴 대통령은 군복으로 갈아입고 만났다.

메이플라워 호텔은 미국을 방문한 국가원수들이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의 사정이 여의치 못할 때 대신 체류하거나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에 왔을 때 묵는 최고급 호텔이다. 대통령 취임 무도회도 이곳에서 열린다.

○…10일 저녁 올브라이트 장관이 주최하는 만찬은 참석자가 1백80여명이나 되는 대규모다. 워싱턴 고위 소식통은 "趙특사 일행이 미국의 많은 인사들을 접할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인사를 초대했다" 고 전했다.

양성철(梁性喆)주미 한국대사 등 외교사절단도 초청됐다. 미국이 북한에 일본 적군파 요원 추방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사건 당사국인 일본 야나이 주미대사도 참석자 명단에 들어 있어 주목을 끌었다.

○…趙특사 일행의 '침묵 전략' 은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워싱턴에서도 계속됐다. 9일 저녁 8시5분 메이플라워 호텔에 도착한 趙특사는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웬디 셔먼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의 영접을 받았다.

趙특사는 셔먼 조정관과 웃으면서 악수하는 포즈를 취했지만 회담 전망 등을 묻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는 별다른 대꾸를 안했다. 10여명의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특사 일행은 영어로 된 도착성명을 낭독하는 대신 미 국무부 직원을 통해 배포했다.

호텔에 들어가기 직전 "회담이 성공할 것 같으냐" 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네" 라고 대답한 것이 趙특사의 유일한 발언이었다.

○…趙특사에 대한 미국측의 예우는 준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특별한 특사' 급이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형식적으론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상대역이어서 장관급 예우지만 특사란 성격과 북한이라는 나라의 특성 등으로 인해 훨씬 강도 높은 경호와 예우가 적용되고 있다" 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호와 대접은 공항에서도 잘 드러났다. 趙특사 일행이 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비행기가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 게이트에 도착하자 미 국무부 직원 한명이 기내에서 趙특사를 영접했다. 일행은 공항 당국이 활주로에 준비해 놓은 특별 셔틀버스편으로 귀빈실로 이동했다.

귀빈실에서 趙특사는 국무부의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와 메리 멜프렌치 의전담당 대사의 영접을 받았다.

趙특사는 리무진으로 시내로 향했으며 경광등과 사이렌이 요란한 4대의 경호차량이 앞뒤로 일행을 호위했다.

미국측은 趙특사의 방미가 특별한 사건인 데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일행에 대한 아메리칸 항공의 지나친 검색이 파문을 일으켰던 것을 감안해 이같은 보안과 예우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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