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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동물보호법 개정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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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랑에도 책임이 필요하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쉽게 버리거나, 힘들고 귀찮다고 해서 돌보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또 동물을 천시해 함부로 다루거나 학대해서도 안 된다. 생명의 존귀함은 우리가 지켜야 할 고귀한 가치인 까닭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비친 모습은 부끄럽다.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지금도 몸에 좋다는 이유로 단속반의 눈을 피해 밀렵과 도살이 전국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집단사육환경도 형편없는 곳이 즐비하다. '애완동물 200만두 시대'에 살고 있지만 동물애호가로서 지켜야 할 공중도덕은 여전히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등산이나 산책에 애완견을 데리고 나서면서도 오물 처리를 위한 비닐봉지 등을 준비하는 이가 드물다. 반대로 사육을 포기하고 버린 동물들은 급증하고 있다. 2002년 1만6000두였던 유기동물은 지난해 2만5000두로 무려 56.3%나 증가했다. '애완동물 200만두 시대'의 그늘이 얼마나 넓고 짙은지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현실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생명경시의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마저 있다.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들은 동물 보호 차원의 법들을 동물의 권리인정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다. 독일은 동물에게 인간과 같은 헌법적 권리를 부여하고 영국은 애완동물에게도 굶주림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등 4개의 자유권을 보장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때 있는 둥 마는 둥 한 동물보호법은 벌써 개정되었어야 했다. 더구나 기왕의 법은 애완동물의 관리나 판매, 사체 처리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우리는 뒤늦게나마 정부의 동물보호종합대책이 마련된 것을 환영하며 실효성 있는 법으로 내실을 기할 것을 주문한다. 그간 해외 동물보호단체들은 한국을 동물학대국으로 취급해 세계적인 행사를 치를 때마다 시빗거리로 삼아왔다. 동물보호법 개정은 실추된 국가이미지를 바로잡는 데도 보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