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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고 로제타 홀 여사의 손녀 필리스 홀 킹 내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1백10년전 여의사이자 선교사이셨던 할머니는 한국에 도착하면서 '오늘 이렇게 밝은 아침에 나는 정말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는 글을 일기에 남기셨습니다. 이후 1899년 맹인들을 위한 점자교육 실시, 1928년 고려대의대 전신인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설립하는 등 한국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현시키셨죠. "

3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로제타 홀 선교사 내한 1백10주년 기념강연회 초청 연사로 내한한 손녀 필리스 홀 킹(66)여사는 할머니에 대한 회고를 이렇게 시작했다.

그녀 집안의 한국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은 대를 이어 내려왔다.

할아버지 윌리엄 홀 선교사는 한국에서 광성학당을 창설했고, 청일전쟁 때 전상자를 치료하다 감염병에 걸려 사망했다.

또 아버지 셔우드 홀 선교사는 28년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요양원을 설립했고, 32년에는 크리스마스 씰 판매운동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로제타 홀 선교사는 43년간에 걸친 한국에서의 봉사활동을 끝내고 33년 미국으로 귀국한 뒤 51년 사망했다.

킹 여사는 "할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미국에서 한복을 입고 지내실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셨다" 고 회고하면서 "유언에 따라 할아버지가 묻힌 양화진에 안장됐다" 고 말했다.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킹 여사는 여섯살 되던 40년, 아버지 셔우드 홀 선교사가 일본총독부에 의해 외국인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추방되자 인도로 갔다.

여기서 그녀는 아버지 셔우드 선교사를 도와 결핵요양원 설립 등 한국에서와 같은 의료.선교활동을 벌였다. 이번 방문은 킹여사가 한국을 떠난지 60년만에 처음 이루어진 것.

브린 모어 대학을 졸업한 후 콜럼비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킹여사는 줄곧 사회사업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에서 펼친 아버지의 의료.선교 활동을 중심으로 회고록을 집필한 바 있는 그녀는 요즘은 인도 의료.선교활동과 관련한 책을 집필 중이다.

황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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