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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에 10만원 … '사향고양이 커피' 세계 최고 명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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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한국인은 1년에 커피를 몇 잔 마실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는 무엇일까. 캔커피가 처음 태어난 곳은 어디일까. ‘검은 음료’에 담긴 갖가지 사연과 기록을 문답으로 알아봤다.

-얼마나 팔리나.
원유에 이어 세계 물동량 2위다. 연간 거래량이 700만t, 하루 소비량은 25억 잔에 이른다. 말 그대로 ‘전 지구적 기호식품’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에서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약 1조9000원. 이 가운데 80% 이상이 인스턴트커피다. 1999년 스타벅스가 들어온 이래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이 크게 늘었지만 한국인은 아직은 쓰면서 달달한 커피를 즐긴다. 한국인의 1인당 연평균 소비량은 300잔.

-품종은.
크게는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로 나뉜다. 두 품종이 전체 생산량의 99%를 차지한다. 나머지 1%는 리베리카(Liberica)다. 아라비카는 원두커피의 주원료로 쓰인다. 향긋하고 섬세하다. 로부스타는 대개 인스턴트커피의 원료로 쓰인다. 거칠고 쓴맛에 강한 보디감을 지녔다. 로부스타는 온도 변화와 병충해에 강하고 씨만 뿌려놓아도 잘 자라 생산비가 적게 든다. 이에 비해 아라비카는 냉해나 병충해에 약하다.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높게 든다. 아라비카는 주로 중남미 지역에서, 로부스타는 베트남 등에서 많이 재배한다. 전 세계 커피의 3분의 1을 공급하는 브라질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모두를 재배하고 있다.

-커피 생산지역을 ‘지구의 허리띠’라고 부르는 이유는.
커피나무는 서리나 냉해가 없는 기후에서 잘 자란다. 적도를 중심으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의 열대지방에서 주로 재배되는 이유다. 이 지역은 지구를 띠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어 ‘커피벨트(Coffee Belt)’ 혹은 ‘커피존(Coffee Zone)’이라고 부른다. 커피는 그중에서도 섭씨 15~25도, 연간 강수량 1500~2000㎜ 정도인 약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 또 고산지대에서 단단하고 맛이 풍부한 질 좋은 커피가 생산된다.

-‘착한 커피’도 있다는데.
공정무역 커피를 가리킨다. 커피는 에티오피아·우간다·콜롬비아·브라질·동티모르·인도네시아 등 빈곤국에서 주로 생산된다. 커피 재배 농민이 1㎏의 원두를 팔고 손에 쥐는 돈은 10센트 안팎이라고 한다. 이들의 일당은 1~2달러가량. 그런데 커피의 소비자 가격은 여기서 200배나 뛴다. 대형 유통업자가 천문학적 이윤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불공정을 바로잡자고 나온 것이 공정무역 커피, 즉 착한 커피다. 소비자들이 유통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생산자들과 연결해 커피 생두를 적정 가격으로 사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은 커피뿐만 아니라 코코아·차·바나나 등 다양한 작물에서 공정무역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어떤 커피가 좋은 커피인가.
커피는 기호식품이다. 김치 맛이 수백 가지, 배추도 수백 가지인 것처럼 어떤 맛이 최고라고 꼽기는 힘들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좋은 커피를 선택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품종, 다양한 추출 방법으로 만든 커피를 즐기는 게 좋다고 권유한다. 깔끔한 맛을 원하면 라틴아메리카산을, 시큼한 맛으로 자극받고 싶다면 아프리카 케냐산, 흙을 씹는 듯한 묵직한 맛을 원하면 인도네시아산이 좋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커피는.
루왁커피다. 이 커피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 살고 있는 사향고양잇과의 야생동물인 루왁(luwak)에게 얻은 것이다. 루왁이 커피 열매를 먹으면 껍질만 소화가 되고 씨앗은 소화가 안 된 채 배설된다. 이 커피 씨앗이 뭉쳐진 배설물만을 채취해 양질의 원두만을 골라 깨끗이 닦아낸 뒤 햇볕에 말려 만든 것이다. 독특한 향기와 깊고 부드러운 맛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생산량. 1년에 500~700㎏의 원두만 생산된다. 원두 ㎏당 900~1000달러 이상을 호가한다. 큰돈을 내도 진품을 구하기가 힘들 때도 있다. 일반 소매점에서는 잔당 7만~10만원을 받는다. 이 밖에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미국 하와이에서 생산되는 ‘코나’ 등이 비싼 커피로 꼽힌다.

-커피 보관 요령은.
원두 상태든 가루 상태든 커피는 변질되기 마련이다. 습기가 많고 온도가 높은 곳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2주 이내에 사용할 커피는 잘 밀봉해 신선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한다. 용기는 밀봉이 가능한 유리나 도자기 소재가 좋고, 200~300g 정도씩 나눠 보관하는 게 편리하다. 그 이상 보관할 커피는 작은 용기에 담아 밀봉한 뒤 냉동실에 넣어두어야 한다. 일단 개봉한 후에는 접촉된 수분으로 인해 향을 잃게 되므로 다시 냉동실에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캔커피는 언제 처음 등장했나.
커피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태어났다. UCC커피의 창업자인 우에시마 다다오가 1966년 캔커피를 발명해 커피 대중화에 나섰다.

-가볼 만한 커피 전문점은.
한국의 1세대 바리스타로 ‘1서3박’이 꼽힌다. 모두 일본 유학파로 지금은 작고한 서정달·박원준씨와 박상홍(재미)씨, 박이추씨가 그들이다. 박이추씨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이 강원도 강릉의 ‘보헤미안’(033-662-5365)이다. 역시 강릉에 있는 ‘테라로사’(033-648-2760)도 커피 로스팅 공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서울 청담동의 ‘커피미학’(02-3444-0770), 압구정동의 ‘압구정커피집’(02-511-5078)이 강남에서 손꼽히는 커피 전문점이다. 서울 부암동 북악스카이웨이 삼거리에 있는 ‘클럽 에스프레소’(02-764-8719)도 강북에서 유명한 커피점. 서울 서대문의 ‘커피와쟁이’(02-723-6067)는 원두 수입부터 로스팅, 판매, 교육 과정까지 운영한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왈츠와닥터만’ 커피 박물관(031-576-0020)도 가볼 만한 명소로 꼽힌다.

-일반인도 쉽게 커피 만들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나.
요즘은 전문대학이나 대학 평생교육원 등에서 커피를 전문적으로 가르친다. 나주대학이 2005년 커피바리스타학과를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부산여자대학·양산대학·대구보건대학 등이 커피 관련 학과를 설치했다. 유명 바리스타나 로스터가 커피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나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도 커피 강좌가 개설돼 있다. 민간 기업 중에는 스타벅스가 지금까지 1300회 넘게 커피 세미나를 운영했다.

도움말
전광수 전광수커피 대표, 한상철 스타벅스 커피 앰배서더, 『커피견문록』, 『커피 경제학』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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