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두 약하게 볶으면 향이 좋아지고, 진하게 볶으면 맛이 좋아져

중앙선데이

입력 2010.01.1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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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호 22면

서울 남산 자락 아래 자리한 ‘전광수 커피아카데미’에 들어서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는 사훈이 조그맣게 걸려 있다. 전광수(48) 대표는 “밤늦도록 퇴근하는 직원이 없어 (집에 좀 일찍 가라고) 궁리 끝에 붙여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커피에 빠진 젊은이가 많아서다. 1990년대 초반 커피 유통사업에 참여하면서 커피와 인연을 맺은 전 대표는 국내 최고의 로스터(커피 볶음 전문가)로 손꼽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엘살바도르 이민자 출신의 로스팅 스승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가 배출한 교육생은 350명가량. 이 가운데 80명이 창업했다. 최근엔 ‘전광수 커피하우스’라는 커피 전문점을 내기도 했다. 전 대표가 소개하는 맛있는 커피 만들기를 들어봤다.

맛있는 커피 만들기

1. 생두 고르기
우리가 먹는 부분은 커피나무의 열매 중 과육을 제거한 씨앗이다. 커피 열매는 빨갛게 익으면 체리처럼 보여 영어로는 ‘커피체리(coffee cherry)’라고 부른다. 그 씨앗을 생두(그린 빈·green bean)라고 한다. 생두는 크기가 균일한 것을 골라야 한다. 커피 역시 일반 농작물과 같이 이물질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벌레가 먹거나 썩은 콩은 골라내야 한다.

2. 볶기 (로스팅)
생두는 ‘커피’라고 할 만한 맛과 향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름 그대로 그저 푸르스름한 콩(green been)에 불과하다. 여기에 열을 가해 볶아야 비로소 커피로서 맛과 향을 지닌 ‘원두(roasted bean)’가 된다. 커피의 맛은 어떻게 볶느냐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약하게 볶으면 연한 갈색을 띠면서 강한 신맛을 낸다. 오래 볶으면 볶을수록 색상은 점점 갈색이 짙어져 검은색에 가까워진다.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향기가 좋은 커피와 맛을 표현하는 커피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향도 좋고 맛도 훌륭한 커피는 얼마 되지 않는다. 맛을 표현해야 하는 커피인데 향을 살리기 위해 ‘오버’하면 자칫 고유의 맛까지 버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브라질·코스타리카·콜롬비아 커피는 향이 좋은 것으로, 케냐·과테말라·인도네시아·인도 커피는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이 좋은 커피는 약하게, 맛이 좋은 커피는 진하게 볶는다.

3. 우려내기 (추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순간적 압력을 가해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 일반 커피점에 많이 보는 에스프레소 방식(가압 여과 추출)이다. 보통 에스프레소에 사용하는 커피는 두세 가지, 많게는 7~8가지 커피 품종을 섞어서 사용한다. 집에서 원두커피를 내릴 수 있는 간단한 기구는 커피메이커·모카포터·프렌치프레스·드립퍼 등이 있다.

분쇄된 원두가 뜨거운 물과 접촉한 뒤 추출액을 분리하는 프렌치프레스 방식은 커피 전문점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여과용 필터에 분쇄된 원두를 넣고 뜨거운 물을 넣어 커피를 추출하는 ‘여과 추출’ 방식으로 대표적인 것이 전기 커피메이커다.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뽑아낼 때는 5분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물의 온도는 75도, 원두의 양은 1인분 10g이 적당하다. 간단한 핸드드립 커피 추출 방법으로 ‘종이드립’이 있다. 1인분 커피에는 원두가루 15g과 물 200~250mL가 들어간다. 끓인 물을 핸드드립용 주전자에 옮겨 담은 다음 3분쯤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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