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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계고로 진학하는 우등생들

중앙일보

입력

우수 학생들이 전문계고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간판’보다는 전문지식이라는 ‘실속’을 챙기겠다며 일찌감치 진로 개척에 나선 학생들이다. 내신이 1% 이내로 특목고에 진학할 수 있었던 최주희(서울 중랑중 3 左)양은 “컨벤션 경영을 배우겠다”며, 영재교육원 출신 김아라(서울 신관중 3)양은 “발명 디자인에 앞장서겠다”며 각각 전문계고를 선택했다. 이들이 전문계고를 선택한 이유와 장래 포부를 들어봤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발명 CEO가 되고 싶어 대학 진학은 과정일 뿐… "

김아라양 김양은 미림여자정보과학고의 뉴미디어디자인과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이 학교는 그래픽·멀티미디어·영상·캐릭터 분야의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마이스터고로 선정돼, 올해 첫 신입생을 선발했다. 입학금·수업료·기숙사비가 무료고, 삼성SDS·KT·롯데정보통신 등 대기업들과 협력해 산학·취업교육을 진행한다. 김양이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발명 재능과 디자인 특기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통문화 디자인을 응용한 IT 제품을 개발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김양의 장래 포부다. 그는 과학자이자 화가로 활동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모델로 삼고 있다.

김양의 내신성적 평균은 상위 25% 정도. 중3 땐 반에서 10등 이내를 유지하기도 했다. 그는 “공부는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 필요할 때만 집중력을 발휘했다”며 “내 특기인 발명탐구에 시간과 재능을 더 할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양은 수시로 제품의 밑그림을 구상하고 청계천 상가들을 돌며 부품을 구하러 다녔다. 금형작업을 의뢰할 돈이 부족해 대치할 소재를 찾느라 헤매기도 수차례, 여느 학생들과 달리 그의 중학교 생활은 실험과정의 연속이었다. 그의 공부방은 실험실이 된지 오래다. 미림과학고가 김양을 선발한 것도 이런 실험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노력은 성과로 돌아왔다. 중학생인 김양이 4건의 발명품을 특허출원한 어엿한 ‘발명가’가 된 것. 문 자동 버팀 장치, 착탈식 세면대 하수구 마개, 우산 겸용 양산, 휴대용 모자형 우산집 등이 그의 발명품들이다. 우산집은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런 재능으로 특허청의 발명 장학생과 서울대관악영재교육원 과학영재로 선발되기도 했다. 올해는 청소년 아트페스티벌에 출품한 과학그림이 뽑혀 현재 전시 중이다. 게다가 특허청이 카이스트(KAIST)·포스텍(POSTCH)과 함께 올해 첫 선발한 지적재산영재기업인에도 선발돼 발명기업인 교육까지 받게 됐다.

김양의 목표는 다른 학생들과 사뭇 다르다. “저의 목표는 대학 진학이 아니라 발명 CEO가 되는 거에요. 대학은 차후에 선택할 수 있는 한 과정일 뿐입니다. 실무와 취업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전문계고를 택한 것도 목표에 보다 빨리 도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 꿈과 목표는 이미 정해져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선택했죠 "

최주희양 최양의 중학교 내신 성적은 중 2~3학년을 합쳐 평균 0.8%다. 내신 성적만 보면 특목고에 합격하고도 남을 성적이다. 점수도 꾸준히 상향세를 유지해 온, 성실한 학구파다. 최양은 외고에 지원해보라는 교사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해성국제컨벤션고에 지원해 수석합격자가 됐다.

해성국제컨벤션고는 최양에게 고교 3년 전액 장학금과 교복을 제공할 계획이다. 입학 뒤에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경우, 수업료의 60%에 해당하는 학비 보조금을 받게 된다. 공부에 필요한 교재와 학습자료 구입 목적으로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최양이 특목고나 일반고 대신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꿈에 하루 빨리 도전하기 위해서다. 그의 꿈은 국제회의 전문 경영인이 되는 것. 최양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영인이 되려면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들과 협력을 이뤄 일을 추진해야 하는데 자기 자신이 ‘딱’이라고 자부했다.

최양은 중학교 때 댄스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갖가지 축제에 참여하고 공연을 준비했다. 그 때 친구들과 기획하고 협동하며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자신의 열정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는 “줄곧 반장을 역임하며 갖게 된 리더십도 발휘할 수 있는 진로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로 도와야 할 친구들과 시험 점수로 경쟁하면서 비교 당하고 상심하는 학교생활을 원치 않았어요. 꿈과 목표는 이미 정했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정을 선택한 것 뿐입니다. 최양의 전문계고 선택 이유다. 그는 전문계고 3곳을 골라 교육과정을 비교해보고 학교를 직접 찾아가 상담도 받았다. 같은 중학교 출신 선배를 만나 학교생활에 대한 조언도 들으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성실한 학업자세를 칭찬해주신 선생님의 격려와 꿈을 위해 노력하라고 강조하신 부모님의 응원도 진학을 결심하는데 도움이 컸습니다.”

<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 사진=사진=김진원 기자 jwbest7@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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