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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일관 제철소’ 정주영도 못이룬 꿈 … 아들이 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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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제철은 5일 충남 당진군 송악면 일관제철소 제1고로 공장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임직원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입식 행사를 열었다. 정몽구 회장이 불씨가 붙은 긴 점화봉을 제1고로 화입구에 집어넣고 있다. 연산 400만t 규모의 제1고로는 시험가동을 거쳐 4월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한다. [현대제철 제공]

5일 오전 충남 당진군 송악읍 현대제철 제1고로 공장 화입식(고로에 첫 불을 붙이는 것) 행사장. 활활 타오르는 점화봉을 들고 지름 15㎝ 화입구 앞에 선 정몽구(72)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뭔가를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몸을 숙여 화입구에 불씨를 넣고 잠시 바라본 뒤 돌아서 손을 높이 들었다. 참석자들은 환호했다. 정 회장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흘렀다.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최근 정 회장의 마음은 온통 당진에 가 있었다고 한다. 행사에 앞서 3일 정 회장은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봉경 부사장 등과 공장을 둘러봤다. 설비를 살펴보며 정 회장은 “보람 있고 감격스럽다. 선대 회장(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꿈을 드디어 이뤘다”고 말했다. 4일엔 시무식을 마친 뒤 폭설을 뚫고 낮 12시30분 당진에 도착했다. 아예 제철소 내 숙소에서 하룻밤을 자고 화입식에 참석한 것.

정 회장은 기념사에서 “현대제철은 고로 사업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시작하겠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제철소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등 그룹 임직원과 시공업체 대표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화입식으로 일관 제철소 설립을 향한 현대그룹 33년의 꿈이 드디어 이뤄진 셈이다. 현대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제철소 설립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이어 정부가 제2제철소 설립을 추진하던 1977년 9월 현대는 종합제철소 설립계획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제2제철이 꼭 현대에 온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현대가 철 소비산업 중심으로 돼 있어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8년 10월 제2제철 사업자는 포스코로 결정됐고 광양제철소가 세워졌다.

그 대신 현대는 78년 인천제철을 인수하며 철강업에 진출했다. 현대는 김영삼 정부 시절에 다시 제철사업을 추진했다. 96년 1월 당시 현대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연 기자회견에서 정 회장은 제철사업 진출 의사를 다시 밝혔다. 그해 11월 정부가 공급 과잉을 내세워 허가하지 않았으나 정몽구 회장의 집념은 대단했다.

이듬해 9월 열린 코리아서밋(경제정상회의)에서 고로제철소 진출 의사를 재천명했고 독일의 제철소를 직접 둘러본 후 인천제철 내에 고로제철소 연구를 위한 기술연구소를 만들었다.

제철소 설립 서명 운동을 벌인 정몽구 회장은 97년 10월 김혁규 당시 경남 도지사와 하동군 갈사만에 제철소를 짓는 기본합의서 조인식을 했다. 인허가를 비롯한 모든 행정절차는 경남도가 담당키로 했지만 제철소 설립은 결국 무산됐다. 현대는 2000년 강원산업·삼미특수강을 인수하고, 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해 계속 철강부문 덩치를 키웠고, 2006년 1월 마침내 고로제철소 설립 인가를 받아 그해 10월 기공식을 했다. 그리고 5일 마침내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에 불을 지폈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사명감으로 땀과 열정을 바쳐 일관 제철소 건설에 매진해 왔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시험생산을 거쳐 오는 4월 종합준공식을 갖고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제1고로는 연간 400만t의 쇳물을 생산한다. 현대는 2011년 제2고로를 완성해 연 800만t의 쇳물을 생산할 예정이다. 쇳물은 주로 열연 강판과 후판 생산에 쓰인다.

이로써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철강재 생산·소비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현대차는 자동차용 강판을 현대하이스코와 포스코·해외업체에서 공급받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는 원재료를 수입해 자동차용 강판을 만드는데 현대제철이 열연강판 생산을 시작하면 포스코나 해외업체 의존도가 낮아질 전망이다.

철강업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에 앞서 지난해 11월 동부제철이 고급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는 연산 30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공장을 완공했고, 동국제강도 지난해 말 연산 150만t 규모의 후판 공장을 완공했다. 포스코는 올해 하반기 광양에 연산 200만t 규모의 후판 공장을 준공한다.  

당진=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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