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공장 40개 … 글로벌 세컨드 카 도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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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호 24면

이영기 대표는 “전기차 도로 주행이 가능해진 올해가 창업 원년”이라며 “올해 3만 대, 앞으로 5년 내 50만 대 판매가 목표”라고 말했다.

이르면 올봄부터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자동차를 볼 수 있다. 국토해양부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3월 30일부터 최고 시속 60㎞ 내외의 저속 전기자동차도 도로를 운행할 수 있게 했다. 개정 법은 기술 개발을 마친 저속 전기차에 한해 차량 특성에 맞는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교통안전과 차량 흐름 등을 고려해 일정구역 안에서 도로 운행을 허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다. 국내 최초로 도시형 전기차 ‘e-ZONE’을 개발한 CT&T의 이영기(56) 사장이다. 서울 반포동에 있는 이 회사 전시장에서 만난 이 사장은 “2002년 창업해 9년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올해야말로 실질적인 창업 원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에서만 올해 1만 대를 팔아 신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저속 전기차 시대 여는 CT&T 이영기 대표

-국내에 선보일 모델은.
“우선 2인승 승용차(모델명 ‘e-ZONE EV’)를 기본으로 하되, 이를 응용한 픽업·밴 등 8~10개 차종이다. 화물 적재함이 달린 ‘e-VAN’은 우편배달·소형 택배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관공서나 기업, 개인 사업자 등에게서 문의가 많다. 값은 1300만~1500만원 선으로 잡고 있다.”

-경차인 모닝이나 마티즈보다 크기가 작은데 값은 비싸다.
“그런 게 고민 중 하나다. 그러나 하루 100㎞, 월 20일을 운행한다고 했을 때 유지비용이 1만원쯤 된다. 일반 자동차는 이런 경제성을 따라올 수 없다. 정부가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감안해 보조금을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에서는 67만 엔(약 840만원), 미국에선 4800여 달러(약 560만원)의 보조금을 줘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구매자가 실제 부담하는 금액은 일본에선 80만 엔, 미국에선 6000달러 안팎이다.”

-올해 판매 목표는.
“국내 1만 대다. 연간 신차 판매량의 1%다. 일반 가정에서는 출퇴근이나 쇼핑용, 은퇴 세대에겐 레저용 등으로 ‘세컨드 카’로 환영받을 것이다. 신규 아파트 단지나 백화점, 대형 마트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 설비가 마련되지 않으면 분양이나 영업이 어려운 시절이 올 것이다.”

-판매는 어떻게 하나.
“직접 판매망을 갖출 수도 있고 제휴를 맺을 수도 있다. 현재 유력한 자동차 판매 전문 회사와 협상 중이다.”

-정비망을 갖추는 일도 중요한데.
“전국망을 보유한 SK네트웍스 스피드메이트와 제휴했다. 일반 자동차 고장의 80%는 엔진과 연료 계통에서 발생한다. 모터로 돌아가는 전기차는 잔 고장이 별로 없을 것이다. 8~10년(약 10만㎞)은 너끈히 쓸 수 있다.”

-안전 문제는 어떤가.
“국제 전방·측면 충돌 테스트에서 일반승용차 안전기준을 통과했다. 세계 최초다. 저속이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낮아 보험료도 일반 차량의 절반 수준이다.”

이 사장은 현대자동차에서 26년을 근무한 자동차맨.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며 전기차 사업을 결심했단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다 입시 학원장, 부동산 사업가 등으로 ‘다른 길’을 걷고 있던 옛 동료들을 설득해 ‘사업 동지’로 끌어들였다. 제품 개발에만 몰입한 지 3년, CT&T는 2005년 전기 골프카트 ‘c-ZONE’을 내놓아 현재 이 분야 시장점유율이 90%에 이른다. 지난해 선보인 저속 전기차 e-ZONE은 미국·일본·캐나다 등에 3만여 대를 납품하기로 한 상태다. 이렇게 잘나가는 회사지만 “지난 8년간 월급 줄 걱정을 하지 않은 날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돈이 들어오는 대로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경쟁 업체와 3~4년의 기술 격차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24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속 150㎞를 내는 전기 스포츠카부터 전기 버스·수륙 양용차까지 준비돼 있다. ‘이름도 없는 회사’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알아주는 것 같다.
“지난해에만 8명의 미국 주지사를 만났다. 내년 말까지 미국 40여 곳에 각각 연 5000~1만 대 규모의 전기차 조립공장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대개는 경기 침체로 문을 닫은 현지 자동차 공장을 개조하는 것이다. 공장당 100억원대인 투자비를 미국 정부 지원금으로 해결해 우리는 기술 이전과 관리만 하면 된다. 조만간 캘리포니아주에서 10개의 CT&T 공장이 가동된다. 글로벌 세컨드 카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덕분에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우리 팬이 됐다. 그가 CT&T는 언제 현대자동차 같은 회사로 성장하느냐고 묻기에 ‘우리는 이미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1등’이라고 대답했다(웃음).”

-한 번에 40곳에 자동차 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말인가.
“CT&T가 핵심 부품을 조달하면 현지 공장에서 생산과 판매를 전담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지역별 조립·판매 시스템(RAS)’이라고 부른다. 맥도날드나 BBQ 같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가맹점을 내주는 것과 비슷하다. 각 조립공장을 교육·전시·판매 공간으로 활용해 지역 밀착형 마케팅이 가능하다. 유럽 시장도 이런 식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핵심 부품은 우리가 조달하고 현지에서 600여 개 부품을 조립하므로 기술 유출 염려는 없다고 본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10년 내 풀 스피드 전기차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이때도 저속 전기차의 성장이 이어질까.
“저속 전기차는 새로운 시장, 장기적으로 ‘아주 큰 틈새시장’을 개척할 것이다. 도시 출퇴근용, 은퇴 세대의 레저용, 관공서나 기업의 업무용, 학생용 등 세컨드 카로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그런 면에서 저속 전기차는 냉장고와 공존하는 김치냉장고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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