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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다 산타 1만3785명 상암벌에 오셨네 … … … 소년·소녀가장 도우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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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하지만 한국 축구에는 몇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즈음해 스타들이 모여 자선 축구대회를 여는 아름다운 전통이 생겼다. 그 중심에는 홍명보가 있다. 25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홍명보 장학재단이 주최한 제7회 자선축구경기가 열렸다.

팬들은 차가운 겨울비를 뚫고 경기장을 찾았다. 산타 모자를 쓴 어린이들은 고사리손에 입김을 불면서도 경기를 보며 즐거워했다. 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승부를 펼치는 선수들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김남일도, 관중석으로 슈팅을 날린 이동국도, 골을 허용한 김병지도 환하게 웃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은 소아암 환자, 소년·소녀가장 그리고 축구 꿈나무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됐다.

홍명보 자선축구경기에 찾아온 한 명 한 명이 모두 산타클로스였다. 관중은 기부금을 내면 받을 수 있는 초대권을 손에 쥐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캐럴을 합창한 하프타임은 사랑과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김성룡 기자]

K-리그 출신 노장 스타와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이 사랑팀, 희망팀이라는 고운 이름으로 편을 갈랐다. 양 팀엔 연예인도 몇몇 섞여 있었다. 골이 터질 때마다 선수들은 화려하고 재미난 골 세리머니로 관중석을 달궜다. 전반 8분 희망팀 김민우(연세대)의 골이 나온 뒤 단체로 펼친 세리머니가 압권이었다. 젊은 선수들은 한 곳에 모여 여성 걸그룹 브라운아이즈걸스의 ‘시건방 춤’, 카라의 ‘엉덩이 춤’, 소녀시대의 ‘제기차기 춤’을 연달아 선보였다. 선수들의 댄스 3종 선물세트에 관중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선수들 틈에는 ‘원조 카리스마’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끼여 있었다. 홍 감독은 ‘오늘은 망가져도 좋다’는 듯 조카뻘 선수들과 함께 엉덩이를 흔들었다.

사랑팀도 가만있지 않았다. ‘끼’가 넘치는 ‘리마리용’ 김승용(서울)이 나섰다. 김승용은 후반 2분 골을 넣은 뒤 ‘피겨퀸’ 김연아의 연기를 따라 했다. 잔디 위여서 턴 동작이 어색했지만 관중은 그의 세리머니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희망팀 일원으로 나선 개그맨 이수근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프리킥 자세를 따라 하는 등 감초 역할을 했다. 두 팀은 사이 좋게 4-4로 비겼다.

사랑과 나눔의 하이라이트는 하프타임 때 진행된 캐럴 대합창이었다. 선수단을 비롯해 구세군 브라스 밴드·어린이 합창단·관중 등이 한목소리로 15분간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루돌프 사슴코’ 등 캐럴 7곡을 잇따라 불렀다. 캐럴 최다 합창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이 부문 기록은 2007년 11월 미국 시카고의 한 라디오 방송국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수립된 1만4750명이다. 이날 관중은 1만3785명에 그쳐 세계기록 경신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운 종전 한국기록 1만3569명은 넘어섰다. 캐럴을 부르며 마음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기업 협찬금과 관중이 낸 기부금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억원 정도의 자선 기금을 모았다.

전 세계에서 펼쳐진 축구 관련 뉴스 중 가장 뜨거운 것만 모아 담는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는 ‘산타 홍(명보)의 7번째 천국(Seventh Heaven for Santa Hong)’이라는 제목과 함께 자선경기를 소개했다. 홍 감독은 “나는 매우 축복받은 사람이며 이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다. 이 자선경기는 축구가 세상에 행복과 희망을 전할 수 있는 한 계속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종력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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