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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Ⅱ<국산 고속철> ‘총알’을 탄다

중앙일보

입력

월간중앙과학기술이 삶의 양식까지 바꿔 놓는 세상이다. 컴퓨터 기술의 진보, 유전자 연구를 통한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지난 반세기를 과학기술의 시대로 만들었다. 하루가 무섭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가운데 2010년은 어떤 기술이 변화를 주도할까? 과학자들은 2010년 국내 과학기술계를 이끌 굵직한 기술로 ‘국산 고속철도’ ‘40나노공정 D램’ ‘탄소나노튜브를 대체할 그래핀’ ‘해수 담수화 기술’ 등을 꼽았다. 2010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굴 핵심 기술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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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Ⅱ, 국산 고속철도시대 연다!

잠수함 잡는 로켓어뢰 ‘홍상어’가 발진하고 40나노급 D램, 에너지 손실 줄인 연료전지 등 각광 # 특집 2010 Ⅱ새해 한국경제 먹여 살릴 10대 과학기술

2009년 10월13일 오전 10시쯤 날렵한 알루미늄 몸체의 고속열차가 철로를 타고 매끄럽게 서울역으로 진입했다. 한국형 고속열차 KTX-Ⅱ였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제시되면서 철도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일. 철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승용차나 화물차보다 훨씬 낮으면서 에너지 효율은 10배 이상 높다.

따라서 철도수송을 1%만 늘려도 연간 6000억원에 해당하는 에너지와 환경비용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철도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것이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KTX-Ⅱ는 세계에서 네 번째 초고속 열차다. 일본·프랑스·독일에 이어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고속철로 시속 350㎞ 이상을 자랑한다.

철도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것이 속도다. 올 가을쯤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되면 KTX-Ⅱ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가히 속도의 혁명이라는 표현이 실감난다. KTX-Ⅱ의 모습은 기존 KTX와 많이 다르다. 날렵한 디자인의 유선형 설계로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동력차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차체를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만들어 가벼워진 만큼 에너지 효율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다. 차량 편성도 KTX의 고정식 ‘20량 1편성’에서 ‘10량 1편성’으로 이뤄져 고객 수요에 맞춰 10량 1편성 또는 20량 1편성으로 탄력적 운행이 가능하다. 외곽만 변한 것이 아니다.

기존 KTX의 가장 불편한 점으로 지적됐던 내부의 좌석이 확 달라졌다. 넓어지고 회전이 가능해 역방향 좌석이 사라졌다. KTX-Ⅱ의 상용화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KTX-Ⅱ의 개발로 2020년까지 약 8400억원의 예산이 절감되고, 생산효과는 약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KTX-Ⅱ는 차량 1량 가격이 32억~35억원에 달하는 고가 상품이다. 그런데 세계시장에서 고속철 거래는 10량 또는 12량 단위로 이뤄지고, 고속철이 다닐 수 있는 노선 건설비용까지 묶어 팔기 때문에 한 번 거래에 수천 억원의 자금이 오간다. 따라서 국가 경제에 크게 일조할 수 있는 막대한 상품이다.

열차의 고속화는 전국을 1일생활권을 넘어 반나절생활권으로 변화시킨다. 철도의 속도는 곧 기술력과 산업의 척도로 인식돼 속도 향상을 위한 각국의 대결양상은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한다. 철도기술연구원은 KTX-Ⅱ에 이어, 2007년 8월부터 정책사업으로 선정돼 개발 중인 시속 최고 400㎞급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의 시제차량 제작을 2013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차세대 고속철은 동력이 분산돼 빠르게 달리고 쉽게 설 수 있는 가속과 감속 성능이 뛰어나다. KTX-Ⅱ 개발은 우리나라 고속철의 기술능력을 세계 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세계 철도시장으로 뻗어나갈 발판이 된 KTX-Ⅱ와 함께 차세대 고속철이 국토 위를 빠르게 달리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녹색교통을 책임질 날을 기대해 본다.

10대 기술

1. 국산 고속철도
2. 40나노공정 D램
3. 대잠로켓 ‘홍상어’
4.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5. 김치 장기보존 기술
6. 해수 담수화 기술
7. C형 간염 백신
8. 적층 세라믹 콘덴서
9. 탄소나노튜브를 대체할 그래핀
10. 극지용 드릴십

제2 반도체신화 창조하는 40나노공정 D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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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40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DDR2 D램.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산업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는 한국. 올해는 이 반도체산업에서 제2의 신화 창조를 이룬다. 40나노미터(nm)급 공정을 적용한 2기가비트(Gb) DDR3 D램의 대량생산이 그것.

삼성전자는 2005년 60나노급 D램 개발에 이어 2006년 50나노급 D램, 2009년 7월 40나노급 D램 개발에 잇달아 성공했다. 반도체에서 흔히 말하는 D램은 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의 약자로, 외부전원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곧바로 입력된 내용이 사라져 버리는 메모리다.

보통 컴퓨터의 기억소자로 널리 쓰인다. 그렇다면 40nm급 공정 D램이란 무슨 뜻일까? 40나노 기술은 머리카락 2500~3000분의 1 굵기로 반도체 회로작업을 하는 것. 따라서 40nm급 D램은 D램을 만들 때 원판 실리콘 웨이퍼(wafer·반도체 소자 제조의 재료) 위에 그리는 회로선폭을 40nm대까지 줄인 첨단 반도체 공정이다.

손톱만한 크기의 칩에 새겨진 회로와 회로 사이를 나타내는 회로선폭은 CPU 성능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때문에 전 세계 반도체 생산업체는 이 선폭을 줄이기 위해 온갖 실험을 펼친다. 현재 DDR(Double Data Rate)3를 생산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개사뿐.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50nm급 공정기술을 적용한다.

회로선폭이 줄어들면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D램을 생산할 수 있다. 40nm급은 해외업체들의 주력 기술인 50nm급보다 반도체 생산성이 60% 이상 높다. 삼성전자는 이 40나노 공정을 적용해 올해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40나노급 D램의 대량생산은 세계 D램업계에 한국이 독보적 기술보유국임을 알리는 것과 같다.

반도체 생산량이 급증하면 공급과잉과 가격폭락 현상이 빚어져 업계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진다. 40나노급 D램은 생산공정이 단순해지고 생산기간이 단축되므로 당연히 원가경쟁력도 높아진다. 반도체시장 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40나노급 2Gb짜리 D램 수요는 2010년 6억 개(세계 DDR3의 18%)에서 2012년 88억 개(82%)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본·독일·대만의 경쟁업체들은 천문학적 누적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차례로 ‘백기’를 들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1993년 이후 세계 메모리시장에서 쭉 1위를 지키고 있다.

1984년 이후 2008년까지 반도체 부문에서만 올린 이익이 42조원에 이른다. 이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40nm급 미세공정기술까지 확보해 해외 경쟁업체와 기술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앞으로 세계시장의 경쟁에 마침표를 찍고 반도체분야에서 ‘제2의 신화 창조’를 이룰 것이다.

바닷속 전쟁, 홍상어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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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에서 수직으로 발사돼 적 잠수함을 잡는 대잠 로켓어뢰 ‘홍상어’가 시험발사됐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됐으며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바다에서는 홍상어의 활동이 두각을 나타낸다. 2009년 4월 한국국방과학연구소는 하늘을 날아가 바닷속에 숨어 있는 적의 잠수함을 격파하는 어뢰 ‘홍상어’를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약 1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잠수함 잡는 로켓의 일종이다. 이 신무기는 분명 로켓이지만 한편으로는 바닷속을 헤엄쳐 적을 공격하는 ‘어뢰’이기도 하다.

이런 무기를 ‘대잠로켓’이라고 하는데, 미군에서는 아스록(ASROC)이라고 부른다. 현재 실전에 배치한 것은 미군이 유일하다. 홍상어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이지만 성능은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북한은 물론 독도를 두고 일본과도 대립하는 상태다.

따라서 해군의 대잠 능력은 필수전력이다. 함정이나 잠수함에서 수중으로 발사하는 기존 어뢰는 바닷속을 헤엄쳐 가야 하므로 물의 저항 때문에 추진 속도가 느리다. 따라서 적이 어뢰음을 탐지해 어뢰를 발사했다는 사실만 일찍 눈치 채도 배나 잠수함을 돌려 회피할 수 있다.

홍상어는 이런 어뢰의 단점을 보완한 ‘날아가는 어뢰’다. 로켓 엔진으로 적 잠수함이 숨어 있는 바다 위까지 초고속으로 날아간 다음 물 속으로 들어가 단숨에 잠수함을 타격한다. 물속에서 발사하는 어뢰보다 추진 속도도 훨씬 빠르고, 사정거리도 아스록의 17㎞보다 훨씬 길어 최대 19km 날아간다.

적의 사정거리 밖에서도 공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침투하는 과정이 주로 상공에서 이뤄져 적 잠수함이 도주할 여유를 주지 않는 강력한 대잠 무기다.

하늘을 날 수 있게 한 수직발사체계는 홍상어의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기술. 해군 함정의 갑판 아래 장치된 수직발사대에서 발사돼 표적인 적 잠수함이 있는 해상을 향해 방향을 바꿔가도록 하는 자세제어기술과, 발사 때 나오는 화염과 연기를 줄이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관성항법장치와 최신 보정장치를 도입해 비행할 때 적 잠수함이 있는 해상에 정확하게 떨어지게 만들었다. 또 수직발사체계는 항공기를 요격하거나 지상공격을 할 수 있는 다른 용도의 유도무기까지 같이 쓸 수 있도록 범용으로 개발해 효율적 운용이 가능하다. 한 발에 20억원씩 하는 홍상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무엇보다 잠수함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찾아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어뢰와 잠수함 간 싸움의 승패는 서로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에 좌우된다. 이 또한 우리의 기술로 해결했다. 물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 뒤로는 물이 어지럽게 흔들린다. 잠수함이 지나간 자리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물결의 흐름이 남는다. 이 흐름은 파도가 번지듯 수면까지 전달되는데, 국방과학연구소는 이 미세한 파동을 감지해 물체의 형태와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을 성공시킨 것이다.

홍상어는 2012년까지 70여 기가 만들어진다. 올해는 세종대왕함 등 KDX-Ⅱ급 이상의 한국형 구축함에 최대 16발이 탑재돼 실전배치될 계획이다. 북의 위험이 서해 NLL상에서 매일 벌어지는 것을 볼 때 3면이 바다인 한국의 해군력은 절대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홍상어는 유사시 북한의 강력한 잠수함전력을 상대로 완벽한 대잠작전을 펼쳐 우리의 바다를 지켜줄 것이다.

용융탄산염 연료전지가 화석연료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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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전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60% 가량은 화력발전으로 생산된다. 화력발전은 연료의 화학에너지가 열에너지에서 기계적 에너지로, 여기에서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화하는 3단계 과정을 거쳐 전기를 발생시킨다.

때문에 발전 도중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손실된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한 것이 바로 연료전지다. 연료전지는 중간 과정 없이 화학에너지에서 바로 전기에너지로 직접 변환하는 발전장치이므로 에너지 손실이 적다.

원리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하는 반응을 역으로 이용한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연소 반응에 의해 열이 발생하면서 물이 되는데, 이때 수소와 산소를 직접 반응시키는 대신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화학반응이 일어나게 하면 물과 열 외에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

발생되는 생성물이 물밖에 없어 무공해 산물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이 물은 식수나 공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다. 연료전지는 사용하는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분류된다. 전해질로 인산을 사용하는 인산연료전지, 탄산리튬과 탄산칼륨의 혼합물을 사용하는 용융탄산염 연료전지, 수소이온교환막을 사용하는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수산화칼륨을 사용하는 알칼리 연료전지 등이 있다.

이 중 인산 연료전지와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는 주로 발전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는 녹는 점이 낮은 탄산리튬과 탄산칼륨 고체 혼합물을 650도의 높은 온도로 용융시켜 액체 상태로 만들어 사용한다.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 빠른 전기화학반응은 전극 재료를 백금 대신 저렴한 니켈의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는 전극을 다공성 니켈로 만든다. 또 높은 열로 전지 내부의 탄화수소 기체를 개질해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만들어 연료로 쓸 수 있게 한다. 백금 전극에는 독 물질로 작용하던 일산화탄소마저 연료가 되게 하는 것이다.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는 지식경제부가 지정한 신재생에너지다.

물론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은 현재 25㎾급(1㎾=사람 한 명이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의 양) 스택(전기분해 역반응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을 개발해 원천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일반 연료전지 제품의 기본 규모는 300㎾다. 따라서 올해 100% 국산화 기술로 300㎾급 발전용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2012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2015년 세계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규모는 최소 30억달러(3조원)에서 최대 312억달러(38조원)에 달할 전망. 이때 국내 업계는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를 통해 약 500억~8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치 장기보존기술로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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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안에 포기 김치가 담겨 있다.
한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음식 몇 가지를 들어보라면 김치가 단연 으뜸이다. 얼큰 시큼한 맛도 맛이지만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영양공급원으로서 김치는 매력적이다.

오랜 외국생활 중에도 김치를 직접 담가 먹으며 향수를 달래는 것이 한국인의 일반 정서다. 한국인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김치가 뒤따른다. 보통 김치는 젖산균과 효모, 기타 미생물이 서로 작용해 고유의 맛을 낸다.

젖산균은 병원성 미생물을 공격해 김치가 상하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계속 발효하면서 맛이 변하는 것이 문제. 김치는 상온에서는 3~4일만 넘겨도 신맛을 내는 등 보존이 가장 어려운 식품 중 하나다. 때문에 원거리 수출이 힘들다.

김치는 우리 토종기술이지만 일본이 호시탐탐 공략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분야다. 또 김치가 미래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중국 등 각국이 시장에 적극 참여해 국내시장 진출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저가공세를 펼쳐 우리 김치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가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고 한류김치의 세계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김치 장기보존기술이 시급하다. 하지만 현재 실용화한 김치의 보존 방법은 저온저장밖에 없다. 합성보존재료나 천연보존제를 사용하는 방법, 가열에 의한 살균방법 등이 개발됐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통조림처럼 1년 이상 같은 맛을 유지하는 김치 보존기술을 개발 중이다. 압력을 가해 탄산가스를 넣고 전기장을 걸어줌으로써 상온에서도 1개월 이상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올해 이 기술을 성공시켜 2012년쯤 상용화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장기보존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의 김치시장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주요 수출품목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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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2004년 아랍에미리트에 완공한 대형 해수 담수화 플랜트.

세계 최고의 해수 담수화 기술

지금까지 바닷물은 수자원으로는 별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바닷물 속에 있는 염분을 제거하면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발상을 하면서 바닷물이 새로운 수자원으로 바뀌고 있다. 해수 담수화 기술이 바로 그것. 해수 담수화 기술은 ‘식수가 부족한 지역’인 아랍 국가에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은 담수화에 관한 한 선진국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사막에 ‘인공 오아시스’를 만드는 해수 담수화 설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세계적 물 관련 전문지인 영국의 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두산중공업의 세계 해수 담수화 시장점유율은 40%나 된다.

전체 물 생산량의 36%를 두산중공업이 건설한 담수 플랜트에서 공급받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물’ 하면 가장 먼저 이 업체를 떠올린다. 해수 담수화 기술은 바닷물을 끓여 식히는 ‘증발 방식’과 바닷물을 삼투막에 통과시켜 소금기를 거르는 ‘역삼투압 방식’이 널리 이용된다.

증발 방식에서는 바닷물의 염분과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바닷물을 끓인다. 이때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끓이려면 증발기가 필요하다. 두산중공업은 구불구불한 관으로 이뤄진 축구장만 한 크기의 담수 증발기 시설을 갖춰 관으로 흘러 드는 바닷물을 증발시키면서 그 수증기를 응축해 물을 얻어낸다.

이 물에 각종 미네랄을 첨가해 증류수를 식수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역삼투압 방식은 수돗물을 여과시키는 정수기의 원리와 같다. 물을 거르는 특수막을 설치한 뒤 압력을 가해 바닷물을 통과시켜 염분과 오물을 제거한다. 두산중공업의 기술은 이 두 분야에서 모두 괄목할 만하다.

해수 담수화 기술은 21세기의 ‘블루골드’다. 두산중공업은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 파라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중동지역 해수 담수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오만·카타르 등에서 잇달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이전까지 미국·유럽·일본 기업이 주도하던 담수화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2006년 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하루 담수 생산량 88만2000t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역삼투압 플랜트, 2008년 7월에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증발 방식 담수 플랜트를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해수 담수화 시설공사는 수천억~1조원에 달하는 초대규모 사업이다.

두산중공업이 지난 30년 동안 중동지역에서 진행한 담수화 사업 프로젝트는 모두 22개로, 담수 생산용량을 합하면 450만t에 이른다. 하루에 1500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담수를 생산하는 셈이다. 2015년까지 세계 수처리 시장 규모는 100억달러. 두산중공업은 여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올해도 수조원의 매출을 올려 국가경제에 일조할 것이다.

C형 간염 백신 개발에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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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은 탄소원자가 한 층으로 연결된 얇은 구조의 신소재로 전자가 이동하는 속도가 실리콘에 비해 100배 이상 빠르다.
간염은 인류를 위협하는 심각한 바이러스 질환이다. 통계수치를 보면 전 세계 인구 12명 중 1명이 B형이나 C형 간염 보균자다. B형과 C형은 만성간염을 유발한다. 간암의 원인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B형 간염이 70%, C형 간염이 20%를 차지한다.
C형 간염은 주로 환자 혈액을 통해 전염된다.

주기적 약물 남용 환자와 성적 접촉을 하거나 문신·침술 과정을 통해 감염되기 쉽다. 하지만 모유 수유나 식사, 가벼운 키스 등 일상적 접촉만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전파 경로는 B형 간염과 유사하지만 B형 간염에 비해 일상 접촉에 의한 전염력이 낮고, 모자간 수직감염되는 경우도 드물어 가족 간 전파력이 낮다.

그러나 급성감염 후 자연회복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만성간염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70∼80%나 된다. 이 중 20∼30%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 일단 만성으로 되면 자연치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C형 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뛰어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워낙 심해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현재 어지간한 세계의 대형 제약회사가 모두 덤벼들어 30여 가지 C형 간염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C형 간염 치료제는 단일 의약품목으로는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분야다. 특히 서구 쪽은 C형 간염 환자가 B형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아 C형 백신을 개발하기만 하면 돈방석에 올라앉을 수 있다.

그래서 국내 제약업체들도 강력한 개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연구자들이 2010년을 목표로 연구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2010년 아니면 2011년쯤 우리나라에서도 C형 백신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몸이 1000냥이면 간은 900냥으로 칠 만큼 간은 중요한 기관이다. 하루빨리 한국에서 C형 간염 백신이 만들어져 국민소득 2만 달러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초소형 적층 세라믹 콘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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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극지용 드릴십 ‘스테나 드릴막스’'가 명명식을 한 뒤 경남 거제조선소 앞바다에 정박해 있다.
가로 0.6㎜, 세로 0.3㎜, 두께 0.3㎜. 제조업체에서 만든 가장 작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 Multi-Layer Ceramic Capacitor)다.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은 적층 세라믹 콘덴서가 없으면 작동시킬 수 없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압을 기기가 필요한 만큼 일정한 전압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적층 세라믹 콘덴서란 금속판 사이에 전기유도물질을 넣어 전기를 담아 두었다 필요할 때 회로로 내보내는 부품으로, 일종의 전기댐 역할을 하는 장치다. 즉, ‘전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인 셈이다. 원료가 흙이어서 전기가 통하지 않는 세라믹과 금속인 니켈을 번갈아 쌓아 0.3㎜ 높이에 400겹 이상의 층이 형성돼 있다.

층을 많이 쌓을수록 전기를 많이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얇게 많이 쌓을 수 있느냐가 기술의 관건이다. 적층 세라믹 콘덴서의 핵심 기능은 전기·전자제품 내부에 일정량의 전기를 보존시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전원을 껐다 다시 켜도 내부 메모리가 지워지지 않게 한다.

오디오·TV 등에 달린 전자시계의 전원을 껐다 켜도 다시 시계가 작동하는 것도 적층 세라믹 콘덴서 덕분이다. 휴대전화 1대에 150여 개, 디지털TV에 300여 개 등 모든 전자제품에 필수로 들어가 소량의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기의 적층 세라믹 콘덴서는 쌀 한 톨의 250분의 1에 불과한 세계 최소형이다.

하지만 일반 와인 잔에 가득 채우면 1억5000만원의 가치를 갖는 첨단 금싸라기 제품이다. 쓰임새가 워낙 많아 올해 세계 시장규모는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단일기종으로는 대단한 시장규모다.

기술면에서 해외 경쟁사보다 1년 이상 앞선 삼성전기는 2009년 말 시장점유율이 19%로 세계 2위, 2분기 매출액이 1조316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이러한 매출 증가 추세는 2010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그래핀, 전자산업 패러다임 바꾼다

탄소나노튜브. 나노기술과 연관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용어다. 튜브 모양의 이 탄소 덩어리는 나노 분야에서 가장 촉망받는 소재다. 그런데 최근 탄소나노튜브가 그간 누려온 맹주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형태가 약간만 바뀌어도 전기적 성질이 바뀌는 등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한계가 드러나자 이를 극복할 새로운 형태의 물질을 만들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노전자소자의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소재는 바로 ‘그래핀(graphene)’. 그래핀은 연필심에 쓰이는 흑연의 구성 물질이다.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화학에서 탄소 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ene)를 결합해 만든 용어다. 나노미터(nm)의 세상을 보는 전자현미경으로 연필심을 확대해 보면 켜켜이 쌓인 얇은 판이 관찰된다.

탄소원자들이 무수히 연결돼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수없이 쌓아 올린 3차원 구조다. 그래핀은 여기서 가장 얇게 한 겹을 떼어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 즉, 탄소원자 한 층으로 돼 있는, 두께 0.35nm의 2차원 평면 형태의 얇은 막 구조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이다. 2004년,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이 상온에서 처음 제작했다.

세계 과학자들은 그래핀에 열광한다. 그 이유는 그래핀의 우수한 특징 때문이다. 그래핀은 상온에서 단위면적당 구리보다 약 100배 많은 전류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쓰이는 실리콘보다 전자가 100배 이상 빠르게 흐른다. 열전도성이 최고인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높고, 기계적 강도 또한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

게다가 탄소가 마치 그물처럼 연결된 육각형 벌집 구조의 공간적 여유로 신축성이 생겨, 늘리거나 접어도 전도성을 잃지 않으므로 전기를 흐르게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휘어지는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적용 가능하다는 말이다. 한국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그래핀 상용화에 나섰다.

올해 안에 그래핀으로 휴대전화용 4인치 디스플레이(액정화면)를 개발하고, 5년 안에 40인치 이상 TV용 대형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렇게 상용화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니켈판에 탄소막을 만드는 방법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그래핀을 대량 합성하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지름이 10㎝ 정도 되는 필름을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1~10㎛에 비하면 지름 10㎝는 엄청 큰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크기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문제가 없어 상용화에 꼭 필요한 기술을 갖게 된 셈이다. 그래핀은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하는 핵심 산업이 될 것이다. 세계는 전자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우리의 그래핀 상용화 기술에 그저 놀라워할 뿐이다.

조선업계에 떠오르는 성장엔진, 극지용 드릴십

2007년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극지용 드릴십을 건조했다. 지식경제부는 이 드릴십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선정했다. 드릴십은 한마디로 해저를 뚫어 원유를 찾는 탐사·시추선. 해상 플랫폼 설치가 불가능한 깊은 수심의 해역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와 가스를 시추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다.

선박의 기동성과 시추 능력을 함께 갖춘,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주량 세계 1위를 달리는 첨단 해양 플랜트다. 삼성중공업의 극지용 드릴십은 수심 11㎞까지 드릴 장비로 파내려갈 수 있다. 시간당 6m 속도로 파내려 간다. 또 다이내믹 포지셔닝 시스템(DPS)으로 불리는 첨단 위치제어 시스템을 장착해 높이 16m의 파도와 초속 41m 강풍이 부는 해상에서도 자동으로 선박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내빙 설계도 돼 있어 빙산이 둥둥 떠다니는 북극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고,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전기추진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극지용 드릴십은 조선업계에 떠오르는 성장엔진이다. 그간 해저 원유 개발은 대륙붕이라고 불리는 수심 200m 내에서 주로 이뤄졌다.

심해는 개발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맞지 않았던 것. 하지만 고유가시대가 장기화하며 원유의 심해 개발이 ‘돈’이 되기 시작하자 드릴십 발주가 늘어나 호황을 누리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한 총 44척의 드릴십 중 삼성중공업이 29척, 대우 11척, 현대 3척, STX가 1척을 수주함으로써 세계시장 점유율 100%를 기록했다.

극지용 드릴십 한 대의 가격은 1조원. 크루즈선 다음으로 비싸다. 2008년 이 분야의 시장규모는 약 130억달러(15조원)였는데, 그해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고가 선박으로 기록된 1조원짜리 드릴십을 수주했다. 이로 인해 2008년 조선업계가 반도체를 제치고 수출 1위 업종으로 등극했다. 불황 속에서도 한국경제의 희망이 되는 산업이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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