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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 귀한 몸에서 애물단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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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본에 수출되면서 고급수산물로 귀한 대접을 받던 성게. 2000년대 들어 일본 수출이 중단되면서 이제는 바다의 천덕꾸러기로 변해 퇴치 대상이 되고 있다. 해조류를 대량으로 먹어 치워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해양 생태계와 어자원 보호를 위해 갯녹음(백화·白化)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성게의 대대적인 퇴치에 나선다고 17일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에 6000만원을 투입해 통영·거제·남해 등 3개 해역에서 60t을 수거하기로 했다. 어민들이 잡은 성게를 일정 금액을 주고 사들여 식용 가능한 것은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폐기처분하는 것이다.

성게는 1990년대 말까지 일본에 주로 수출되면서 어민 소득원으로 각광받았다. 어민들이 포획 시기를 앞두고는 불법 채취를 막느라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값싼 중국산에 밀려 일본 수출이 중단된데다 국내 수요가 적어 포획을 중단하자 최근 개체수가 급격히 늘면서 갯녹음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성게가 미역·톳·모자반·우뭇가사리·갈파래 같은 해조류를 대량으로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극피동물인 성게는 우리나라에 약 30종 정도가 서식하고 있으며, 남방계인 말똥성게·분홍성게·보라성게와 북방계인 북쪽말똥성게가 식용으로 사용된다.

갯녹음 현상은 연안 암반에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석회조류(石灰藻類)가 달라붙어 흰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탄산칼슘이 주성분인 석회조류는 수산생물의 먹잇감으로 가치가 없어 이를 먹는 어패류가 사라져 결국 어장이 황폐화된다.

경남도 옥광수 해양수산과장은 “대대적인 성게 퇴치 작업은 국내에서 처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는 해양생태계 복원을 위해 내년에 성게 구제·바다목장화·치어방류 사업 등 14개 사업에 126억원을 투입한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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