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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종이 인테리어 눈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의정부시 호원동의 한 아파트. 6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한지와 색종이를 예쁘게 잘라서 글을 써 현관 옆에 붙인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어서오세요. 여기는 당쇠(준순)와 하마(현옥)가 사는 집이예요. '

그 옆에는 색종이를 접어 만든 색동아가씨의 모습도 시선을 잡는다. 결혼 3년째인 조현옥(28)씨네 문패인 것이다.

초인종을 누르니 조씨가 반갑게 맞이하는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장 옆으로 예쁜 카네이션 화분이 놓여 있다.

자세히 보니 이 역시 색종이를 접어만든 종이 조화. "종이도 잘 이용하면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됩니다. 값이 싸서 경제적으로 부담도 없고, 싫증이 나면 다른 것을 만들어 바꾸기도 쉽지요. " 조씨의 종이 예찬이다.

말을 듣고 여기저기 둘러보니 온통 종이장식물이 가득하다.

거실의 작은 탁자 위에 놓인 스탠드도 한지로 만든 것, 다른 한켠에 있는 꽃다발이나 천정에 달린 모빌 역시 종이가 주재료. 벽에 걸린 각종 액자, 액세서리와 반짓고리, 심지어 컵받침까지 두껍고 얇은 각종 종이를 이용한 것들이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주방.거실.안방.건너방 유리창에 걸린 발란스. 커튼이 없이 민민한 유리창을 골판지 몇장과 압정 몇개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흰색 골판지를 산모양으로 잘라 만든 것인데 중간중간 다른 종이로 멋을 낸 독특한 무늬,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여름철에 맞게 시원하다.

"전체 유리창을 꾸미는데 들어간 골판지는 모두 8장입니다. 그러니까 재료비로 8천원 정도 들어간 셈이지요. "

조씨는 커튼같이 간단한 것은 특별한 재주가 없어도 가능하다고 한다.

약간의 미적인 감각을 살려 집안의 다른 가구에 어울리는 색상을 골라 정확하게 재고 잘라서 압정으로 고정시키기만 하면 된다는 것.

조씨가 종이 작업을 하거나 책을 볼 때 쓰는 책상도 얼핏보면 나무로 만들어진 고가구같지만 이 역시 조씨가 직접 종이로 제작했다.

조씨는 "딱딱한 하드보드지에 접착용 풀과 본드를 이용해 한지를 붙인 것으로 서랍과 손잡이를 붙여 고가구 분위기를 냈다" 고 설명했다.

조씨가 종이에 관심을 가진 것은 결혼전 유치원 교사생활을 하면서 취미로 시작한 종이접기. 3년여동안 문화센터를 다니면서 한지공예.종이장식 과정도 마쳤다.

"결혼하면서 예전에 만든 것들은 친정에 두고 왔으나 임신후 태교에 좋다고해서 요즘 부쩍 종이를 이용한 소품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어요. "

게다가 얼마전부터 남편 박준순(32)씨로부터 "당신이 만든 반짓고리는 결혼하는 친구의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고 독려받았다고. 내친 김에 아파트 단지내 친한 사람들이나 친지들에게도 간단한 종이공예품을 선물하는데 받는 이들이 성의와 정성에 고마워한다며 더욱 신바람이 나 있다.

한국종이접기협회 종이문화연구위원장 한금자(58)씨는 "창호지.벽지.종이장판 등 옛부터 우리 조상만큼 종이를 생활 인테리어에 활용한 나라는 드물다" 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생활소품에 너무 종이제품을 남발하거나 색상의 조화를 잘못 맞추면 오히려 지저분한 분위기를 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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