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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깊이읽기] 첨단과학으로 무장한 진화론, 다시 신의 존재를 묻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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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상 최대의 쇼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김영사
624쪽, 2만5000원

브로콜리, 콜라비, 케일, 방울양배추, 스피링그린, 로마네스크 브로콜리 등등. 한국 채소 코너에서도 조금씩 선보이고 있는 이들 서양 채소는 각자 개성 있는 형태와 씹는 느낌, 그리고 맛을 자랑한다. 서양 채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은 사실 모두 한 뿌리에서 나왔다. 잡초 비슷하게 생긴 야생 양배추 브라시아 올레라케아에서 개량된 것들이다. 원예학자들이 몇 세기에 걸친 육종의 결과 조상이 보면 충격을 받을 정도로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냈다.

찰스 다윈이 쓴 ‘사육 동식물의 변이’에 나오는 내용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뉴칼리지 교수로 도발적인 과학저술가인 지은이가 자신의 최신 저서에서 이런 고전을 인용한 이유는 진화론을 논증하기 위해서다. 인간이 인위적 선택으로도 고작 몇백 년 만에 이런 엄청난 결과를 내는 걸 보면 대자연이 수백만 년에 걸쳐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를 이뤄냈다는 ‘진화론’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를 알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카니스 루푸스라는 야생 늑대가 카니스 파밀리아스, 즉 지금의 개로 바뀐 것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애견 단체인 케널 클럽이 인정하는 독자적인 종만 200가지가 넘는다. 인간은 사나운 놈은 도태시키고 고분고분하고 예쁜 녀석만 골라서 기르는 인위적 선택으로 사나운 늑대를 가축이자 애완동물, 반려동물로 변화시켰다. 그런데 알고 보면 초기에 가축이 된 늑대는 인간의 추적에 도주할 능력이 떨어지는 종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위적인 선택에도 자연선택의 요소가 다분히 들어있다는 설명이다.

지은이는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진화론의 타당성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창조론자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한다. 2006년 저서 『만들어진 신』에서 지은이가 논증하려 했던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더욱 자세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전학과 분자생물학 등 첨단과학은 물론 지질학, 생태학, 생물수학, 생물해부학 등 다양한 과학적 방법론을 동원하고 있다. 바닷물 속에서 전기 자극으로 탄생한 하나의 세포가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인간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생명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책의 제목이 된 ‘지상최대의 쇼’라는 말은 바로 진화를 가리킨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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