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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한국에 왜 경고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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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일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마자레샤리프 지역의 나토군 기지를 방문한 믈라덴크룰야치 크로아티아 육군 사령관(오른쪽)이 독일군 병사에게 소총을 건네고 있다. [마자레샤리프 로이터=뉴시스]

아프가니스탄 파병 방침에 대한 탈레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지역재건팀(PRT)과 보호 병력을 보내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정부 당국자는 “아프가니스탄에 보내기로 한 병력은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소탕 작전에 투입되는 전투병이 아니라 우리 민간인 PRT 요원을 보호하기 위한 병력”이라고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 재건 지원이란 국제사회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일 뿐 탈레반과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PRT 운영과 보호 병력 파병 방침이 영향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곳곳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공격을 감행하고 있지만, 재건 지원 활동을 하는 PRT를 직접 겨냥한 공격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또 한국의 PRT 설치 지역인 파르완주가 탈레반의 거점이 아니란 점도 지적했다. 파르완은 탈레반의 주축 세력인 파슈툰족이 밀집한 곳이 아니라 타지크족이 주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탈레반과 직접적으로 충돌할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다. 미군의 바그람기지와 가까운 파르완주는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치안이 가장 양호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이 “나쁜 결말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경고 성명을 낸 것은 이번 주로 예정된 정부의 파병 동의안 국회 제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의 여론을 분열시켜 정부의 파병 계획을 결렬시키려는 고도의 심리전일 가능성이 크다. 탈레반이 우리 정부의 파병 동의안 의결 하루 만에 경고 성명을 낸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실제 탈레반은 국내 사정을 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2007년 샘물교회 선교사들을 납치한 뒤 정부와 석방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도 국내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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