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히틀러의 유골

중앙일보

입력 200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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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92년 봄 영국에서는 히틀러가 60년대 초까지 살아서 세계를 지배한다는 내용의 가상(假想)소설 '조국' 이 출간돼 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선데이 타임스의 칼럼니스트가 온갖 자료를 동원해 흥미롭고 실감나게 쓴 소설이다. 이 소설이 영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독자들의 관심을 모은 까닭은 히틀러가 실제로 어딘가에 살아 있으리라는 추측이 끊임없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죽음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는 45년 4월 30일 베를린 함락 직전 총통관저의 지하 벙커에서 애인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권총 자살한 것으로 돼 있지만 이론(異論)도 있다.

그의 심복이며 게슈타포와 강제수용소의 창시자인 히믈러가 의사들을 시켜 독살했다는 주장이다.

독일 동부 어딘가에 매장됐다는 설도 있다. 생존설도 그렇지만 그를 둘러싼 기상천외의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가상소설 '조국' 이 출간되던 무렵 모스크바의 중앙 육군박물관에서는 괴상한 일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었다.

이 박물관에 히틀러가 입었던 외투가 전시돼 있었는데 관람객 가운데 장난삼아 그 외투를 입어 본 사람들은 예외없이 죽어버려 그 숫자가 39명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박물관 당국은 그 외투를 과학자들에게 맡겨 연구하도록 했다지만 후문은 없다. 또한 영국 런던에 있는 투소 밀랍인형 전시실에 전시돼 있던 히틀러의 밀랍 인형은 앞머리카락이 계속 자라 눈을 덮을 정도가 된 일이 있었다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히틀러와 브라운 사이에 태어나 그들이 죽기 직전 아르헨티나로 보내진 아들이 히틀러의 꿈을 대신 하려 한다는 소문도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이다.

그 이듬해인 93년 러시아의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는 연방 보안국에 보관돼 있다는 히틀러의 아래 위 턱의 일부 등 유골 사진을 공개했다. 나치 독일이 항복한 5월 8일 현장에서 수습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치(義齒)와 자살 현장에 있던 권총 두자루도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기사와 사진조차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상소설 '조국' 처럼 어디선가 세계 제패의 꿈을 키우고 있으리라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종전 55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제3제국의 고통과 징벌' 전시회에서 문제의 히틀러 유골 일부가 일반에게 공개된다 해 화제다.

그의 소지품 및 사망장소에서 입수한 물품 일부와 탄환 한 발이 관통한 구멍이 있는 두뇌골 조각의 사진들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니 어떻게 해야 그 끔찍한 망령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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