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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힌 사람 다 죽인다" 50대 덜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자신을 괴롭히고 무시했다고 생각해 온 사람 4명을 무참하게 살해한 5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앙갚음 범죄의 동기 가운데는 40여년 전 어릴 적의 확실치도 않은 기억까지 포함됐으며 모두 10명 가량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 범행〓피의자 천병선(千丙善.52)씨는 지난 12일 오후 4시25분쯤 경기도 이천시 중리동 자신이 일하는 모 건강원에서 李모(51).金모(42)씨 등 4명이 벌이던 화투놀이를 지켜보던 중 개평(일명 고리돈) 2천5백원을 챙기려 했다 이에 李씨가 "왜 돈에 손을 대느냐" 며 저지하자 李씨를 흉기로 찔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말리던 金씨까지 중태에 빠뜨렸다.

이 범행으로 인생을 포기한 그는 30분 뒤인 오후 5시쯤 첫번째 범행 장소에서 2㎞ 가량 떨어진 이천시 창전동 Y주점에 도착, 내실에서 잠자고 있던 주인 朴모(49)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2년 전 노점상을 할 때 "영업에 방해가 된다" 며 자신을 구타한데 대한 보복을 살인으로 한 것이다.

千씨는 지난 13일 자신의 조카(52)를 살해하기 위해 충남 연기군 조치원으로 내려갔으나 조카가 귀가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40여년 전 도박을 하던 자신의 아버지를 경찰서에 고발해 고생하게 했다는 사촌형(사망.당시 경찰관)에 대한 앙갚음을 조카에게 하려 했던 것이다.

千씨는 경찰에서 "아버지가 당시 경찰서에 불려가 매를 맞고 후유증으로 숨졌고 사촌형과 조카가 내 가족을 헐뜯고 다녔다" 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14일 오후 2시30분쯤 충북 단양군 M사찰에 찾아가 주지스님의 부인인 石모(72)씨와 매형의 두번째 부인 李모(69)씨를 살해했다.

지난해 6월 승려생활을 하기 위해 갔을 때 자신을 구박했다고 생각해온 사람들이다.

◇ 수사〓千씨는 범행 후 서울에서 숨어 지내다 24일 경찰에 붙잡혔다. 千씨는 경찰에서 "첫번째 범행을 우발적으로 저지른 뒤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해 일생동안 나를 괴롭힌 사람들을 모두 죽여 버리려고 계획했다. 대상은 10명 정도 된다" 고 털어놨다.

경찰은 25일 千씨에 대해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여죄를 수사 중이다.

이천〓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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