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당선자들의 포부와 각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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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대 국회는 위기감과 함께 '새 정치의 안착(安着)' 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안고 출발한다.

위기감은 총선 민의에서 나타난 경고의 메시지 때문이다.

민주당의 김근태(金槿泰)지도위원과 한나라당의 박근혜(朴槿惠)부총재는 "57%대인 이번 총선 투표율은 정치권의 정쟁에 대한 유권자의 염증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경고등" 이라며 "여야가 의회문화를 일신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는 투표율이 50% 아래로 추락해 국회의 대표성과 정체성이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게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공멸(共滅)의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이런 위기감의 확산 속에 새 국회에 쏠린 기대도 있다.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의원은 "어느 당도 전횡을 할 수 없게 된 구도 아니냐" 며 "여야가 머리를 싸매고 대화해 답을 찾아내야 하는 선진국형 정치의 실험무대가 될 수도 있다" 고 평가했다.

양당 모두 집권경험을 갖고 출범하는 최초의 국회여서 타협정치의 원칙인 '역지사지(易地思之)' 가 가능하다는 점도 李의원은 강조했다.

여야간의 대화와 토론을 위한 제안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1인 보스와 당론의 틀에 얽매여 거수기 노릇에 그쳐야 했던 상황을 거부하는 몸짓들이 강하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우선 의원들을 돈과 공천이라는 당 지도부의 족쇄에서 풀어줘야 한다" 며 당비납부에 의한 지구당 운영, 당원자질 향상, 후보경선 확대 등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보스정치 타파와 공직 후보자 예비선거가 필수적" (김근태), "총재의 사당화 대신 당내 민주화가 우선" (박근혜)이라고 동조했다.

자민련 정우택(鄭宇澤)의원은 "대화하고 양보하면 '사쿠라' (변절자)라고 하고, 야당간에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풍토도 이젠 사라져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자율 의사에 따라 표를 던지는 교차투표제를 활성화해 보자는 얘기도 많았다.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총재 비서실장은 "미국의 경우 낙태.복지 등 민생관련 법안 대부분을 의원들의 자율에 맡긴다" 며 "당론투표의 비율을 줄이고 의원들의 소신투표가 늘어나야 한다" 고 했다.

의원총회를 활성화하고 원내총무에게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총무는 "국회의 현안이 갈수록 다양해져 원내총무가 일일이 총재로부터 사인을 받는 행태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 자율성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權대변인은 "지역구 대표인 의원들은 의총에서도 의무적으로 지역구민들의 의사를 대변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의회의 전문성 없이는 자율성도 없다" 는 지적도 공통적이었다. 민주당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법안심사에 대한 전문성 없이는 겉핥기 심의밖에 할 수 없다" 며 미 의회조사국(CRS) 같은 전문기구와 인력확충을 제안했다.

이해찬 의원은 "의정활동을 생중계하면 의원들이 전문성을 키우려고 노력할 것" 이라고 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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