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 행복하면 좋은 거죠, 굳이 ‘용’ 될 필요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용이 되기 싫은 이무기 꽝철이
임정진 글, 이민혜 그림
주니어랜덤, 100쪽, 8500원

모든 이무기의 꿈은 용이 되는 것이다. 등용문 서당에 모인 어린 이무기들은 빨리 용이 되고 싶은 마음에 바쁜 하루를 보낸다. 돌판 책으로 공부도 하고, 여의주를 만들기 위해 몇 년 동안 정성스럽게 옥돌을 다듬고, 구름 타는 연습을 하고, 간절한 염원을 담아 기도도 한다. 서당이 파하면 각자의 연못으로 돌아가 배운 것을 복습한다. 친구끼리 모여 놀거나 편히 쉬는 일은 없다. 이무기 생애의 유일한 목표는 ‘용 되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무기 꽝철이는 다르다. 걸핏하면 서당을 결석하고 산으로 들로 놀러다니기 바쁘다. 이런 꽝철이가 못마땅한 훈장님은 어르고 달래보지만 꽝철이는 되묻는다. “왜 이무기로 태어나면 무조건 용이 되어야 하는 건데요? 나는 하늘을 나는 것도 무섭고, 번개랑 천둥이랑 다 무서워요. 이렇게 땅에 배 딱 붙이고 이무기로 즐겁게 살면 안되나요?”

훈장님과 친구들의 어이없는 표정을 앞에 두고 꽝철이는 폭탄 선언을 한다. “나는 용이 되기 싫어요!” 그 뒤 꽝철이는 100년 전에 똑같은 말을 하고 떠났던 이무기 이시미를 만나 행복한 이무기로 사는 것도 삶의 목표가 될 수 있음을 배우고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용이 돼 하늘에서 놀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스치자 용이 되는 공부를 시작한다. 그로부터 500년 뒤 꽝철이는 멋진 용이 돼 하늘로 오른다.

책은 뚜렷한 목적 의식 없이 남들이 선망하는 목표를 좇고,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무시하는 태도를 비판한다. 또 현대적인 동화 속에 액자식 구성으로 우리나라 옛 전설·민담에 나오는 이무기 설화를 적절히 배합해 재미를 더했다.

이에스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