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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데이터+콘텐트 > 음성 … 아이폰, 이통시장 새 판 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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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이폰은 불과 2년여 만에 80여개국에서 3500만 대 이상 팔린 인기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이런 숫자만으로는 아이폰에 대한 ‘열광’을 다 설명하기 힘든 사회현상이자 문화다. 아이폰은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값비싼 스마트폰으로 눈 돌리게 만든 효시다. 음성통화에서 데이터와 콘텐트 쪽으로 통신시장의 물줄기를 돌릴 정도로 위력을 갖췄다. 아이폰 혼자 이런 변화를 다 이끌어냈다고 할 수 없지만 큰 물꼬를 틀었고 지금도 그 최전선에서 물길을 이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폰 본격 출시를 앞두고 ‘위피’ 의무라는 제도적 장벽을 걷어냈다. 국내 통신업계가 유무선 통합서비스(FMC)에 앞다퉈 나서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아이폰이 주도한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다.

◆아이폰 잘 팔릴까=우선 아이폰이 얼마나 잘 팔릴 지가 관심사다. 온라인 예약이 시작된 22일 하루에만 예약자가 2만 명에 육박했다. 삼성 제트폰 등 전략모델은 해외 출시 전에 200만 대 이상의 선주문이 들어왔다. 그러나 이는 이동통신회사의 대량 구매였다. 국내에서 하루 만에 개인들의 만 대 단위 예약이 몰린 건 대단하다. 그러나 1년 넘게 도입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의 대기 수요가 몰린 결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10만 대 판매도 어려울 것” “50만 대를 넘을 수 있다”는 등 크게 엇갈린다. KT의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TV 광고 등 엄청난 마케팅비를 쏟은 옴니아가 16만 대 팔린 걸 감안하면 잘해야 10만 대일 것”이라는 예상했다. 김우식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적어도 애플의 아이팟(MP3 플레이어) 국내 사용자 70만 명은 아이폰을 구매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규모가 한국의 두 배인 일본에서 2년 동안 아이폰이 약 50만 대가량 팔린 것으로 미뤄 20만 대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

◆판매 대수보다 중요한 것=그러나 아이폰의 파장을 판매 대수만으로 가늠할 수 없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달 “외부에서는 휴대전화를 이동통신으로 사용하고 무선인터넷이 되는 곳에서는 인터넷전화로 쓰는 ‘유무선통합서비스(FMC)’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동전화를 통한 음성통신 요금은 KTF가 받고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는 KT가 담당하는 구도를 무너뜨린 것이다. 외국에서도 아이폰·블랙베리 같은 스마트폰에서 ‘스카이프’ 같은 인터넷전화 프로그램을 쓴다. 비싼 이동통신 요금 대신 싼 인터넷 요금으로 통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폰 도입 협상에 나선 KT는 아예 이런 수요를 자체에서 흡수하려고 결심한 듯하다.

이에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전화에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를 반드시 탑재하도록 한 제도를 폐지했다. 휴대전화로 쇼나 네이트 같은 이동통신사 포털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인터넷에 접속해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콘텐트를 활용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벨소리·MP3·모바일 게임 등을 가입자에게 판매해 이익을 얻던 이동통신업체들에는 또 다른 타격이다. 콘텐트 시장인 앱스토어를 키우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게 됐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음성통화 요금만으로 돈 벌던 시대는 지났다. 금융·유통·물류 비즈니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와 콘텐트 중심의 새로운 물결이 아이폰 판매와는 관계없이 통신시장의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아이폰이 뭐기에=미국 애플이 2007년 내놓은 터치스크린 기반의 스마트폰이다. 첫 모델은 우리나라 통신 방식에 맞지 않아 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나온 3세대(3G) 모델은 KT를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오늘날 주력 모델은 6월 공개한 3GS다. 아이폰은 실질적으로 세계 첫 풀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이다. “손가락이 있는데 굳이 다른 도구를 쓸 필요가 있느냐”는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운영체제(OS)와 사용자환경(UI)을 철저히 손가락 위주로 설계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선택해 늘이고 줄이고 페이지를 넘기는 등의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다. 그만큼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하다.

애플 특유의 매끈한 디자인도 매력이다. 제품에 나사 하나, 이음매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배터리를 분리할 수 없고 외장형 메모리카드를 추가할 수 없다는 단점도 생겼다. 디자인과 함께 최근 세계시장에서 다운로드 수 20억 건을 돌파한 앱스토어도 강점이다. 그만큼 무선데이터 사용이 잦다.

아이폰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하지만 통신시장 지각 변동의 진앙지였다. 원래 통신시장은 단말기 제조업체와 소프트웨어 제작사, 이동통신사, 콘텐트 제공업체 등이 가입자가 내는 통신요금을 나눠먹는 구조였다. 하지만 아이폰은 단말기·소프트웨어·콘텐트를 애플이 다 한다. 한 해 2000만 대 남짓한 단말기를 팔면서도 2억 대를 파는 삼성전자보다 많은 이익을 내는 비결이다.

이에 대해 노키아·삼성전자·모토로라 등은 구글의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 등을 앞세워 아이폰에 대항하려고 한다. 앨프리드 스펙터 구글 부사장은 “애플은 10여 년 전 ‘매킨토시’ 컴퓨터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IBM을 PC 분야에서 손떼게 만들었지만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HP 등이 지원하는 IBM 호환 PC가 장악했다. 아이폰은 훌륭한 제품이지만 결국 안드로이드 같은 개방 플랫폼에 승리의 깃발을 넘겨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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