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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베트남서 … 장애 잊고 봉사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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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시각장애 대학생이 올해의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게 됐다.

오성훈씨가 베트남의 고아원을 찾아 아기를 돌보고 있다. [대구대 제공]

주인공은 대구대 초등특수교육과 4학년 오성훈(23)씨. 그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전국에서 대학생 40명을 선발한 ‘2009년도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로 뽑혔다. 이 상은 획일화된 성적 중심의 인재관을 벗어나 지식기반사회를 이끌어갈 창의적인 우수 인재를 적극 발굴·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오성훈씨는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이다. 볼 수 있는 시야가 일반인의 7%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어렸을 적부터 늘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봐야 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해바라기다.

오씨는 중학교 때 장애에 대한 차별을 따돌리기 위해 카누를 시작했다. 2004년 그는 전국체육대회에 카누 선수로 출전해 남자고등부 2인승 종목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고, 또 그해 전국카누경기대회 남자고등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운동에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급격한 시력 손실로 체육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대신 저시력 훈련으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에서 초등특수교육과를 전공했다.

“대학생이 된 뒤 저보다 더한 중증 장애 학우들을 보면서 장애를 부끄러워하기 보다 수긍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더 열심히 찾게 됐습니다.” 그래서 오씨는 베트남으로 날아가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베트남의 탱화 지역이다. 그는 베트남의 양아버지가 운영하는 복지기관에서 요통을 겪고 있는 지체·절단 장애인들을 마사지했다. 해마다 한번씩 벌써 세 차례 베트남을 다녀왔다.

또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베트남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또 대구대에서는 특수체육레저스포츠단인 ‘패인’에 들어가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농구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국가공인 안마사 자격증과 장애인 조정 심판 자격증 등도 땄다.

오씨는 “이제 해바라기라는 별명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며 성장하고 싶다”며 “안마 기술을 베트남 시각장애인에게 교육해 그들의 독립을 돕는 것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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