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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씨앗시장의 폭군 몬산토, 그 가난한 윤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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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몬산토
마리-모니크 로뱅 지음
이선혜 옮김, 이레
597쪽, 2만4000원

세계 최대 종자 생산 기업인 ‘몬산토’를 파헤친 이 책은 팩트(fact)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는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몬산토의 실체를 고발하기 위해 꼬박 4년을 매달렸다. 비공개 자료, 심층 인터뷰 등을 꼼꼼히 챙겨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을 책을 통해 내밀었다.

그 사실이란 이런 것이다. 몬산토는 GMO(유전자 변형 식품) 관련 특허권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GMO 자체가 논란의 대상일진대, 몬산토는 ‘GMO가 식량 부족을 해결하고 영세 농민에게도 이윤을 남기게 해 줄 것’이란 논리를 내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막상 배를 불린 건 농민이 아니라 몬산토였다. 식량 위기를 구출해 낼 ‘구세주’인양 행세했던 그들은 특허권을 적용해 제3세계 농민들을 옥죄고 있다. 저자는 영세 농민을 상대로 매일 100건 이상의 소송을 벌이는 몬산토의 어두운 얼굴을 추적했다. 몬산토의 종자를 사느라 빌린 돈을 갚지 못해 15만명이 자살을 택한 인도 농가도 돌아봤다. GMO 경작지에 대량으로 뿌려진 제초제로 목숨을 잃은 파라과이의 열두 살 소년도 있다.

국내에도 GM 옥수수가 들어왔다. 우리 밥상에도 몬산토의 지배력이 미치고 있다. [중앙포토]

하긴 몬산토의 성장 배경부터가 그들의 가난한 윤리성을 증언한다. 1901년 설립된 몬산토는 베트남전에 살포된 고엽제를 생산한 기업이다. 고엽제가 인간의 몸을 할퀸 역사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발암 물질로 추정되는 폴리염화폐비닐(PCB)도 몬산토의 생산품이다. 저자는 “몬산토는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몇몇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입지를 다졌다”고 꼬집는다.

그런 몬산토가 GMO 생산에 뛰어들면서부터는 세계적 재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책의 주장이다. 아닌 게 아니라, 몬산토의 대표 상품인 소 성장호르몬(rBGH)이 투여된 젖소는 발암 물질이 포함된 우유를 곳곳에서 짜내고 있다. GM 식물인 ‘Bt 옥수수’를 먹은 북미 지역의 ‘군주 나비’가 자취를 감춰버린 일도 있다. 나비를 죽게 하는 옥수수가 인체에는 해롭지 않을까. 책은 모나크 나비 실험, 멕시코 옥수수 유전자 오염 사건 등 풍부한 사례를 근거로 “GMO가 인류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몬산토는 그러나 스스로를 ‘생명공학 기업’으로 포장해 세계 식량 시장을 잠식할 태세다. 기존 종자의 유전자를 변형해 시장에 내놓고, 몬산토가 생산한 제초제만 사용하도록 하면서 세계 농업을 쥐락펴락 할 것이란 전망이다. 씨앗부터 몬산토에 의지해야 한다면, 책의 표현대로 “몬산토가 세계 인구를 통제하는” 시대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지난해부터 식용 GM 옥수수를 들여오고 있는 우리로선 바짝 긴장할 일이다. 섬뜩한 경고문으로 가득한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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