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돌고래의 지능

중앙일보

입력 1999.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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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리스 신화에는 돌고래가 본래 인간이었다고 기록돼 있다.

인간과 함께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인 제우스로부터 신통력을 물려받은 디오니소스가 바다로 쫓아내 물고기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그 후의 전설이나 기록들은 돌고래가 인간과 아주 가깝고 여러 차례 인간의 생명을 구해주는 '은인' 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스의 역사가 플루타크는 돌고래에게 구조된 최초의 인간이 오디세이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라고 기록했으며, 헤로도투스는 그리스의 유명한 음유시인 오리온이 뱃사람들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돌고래에 의해 구조됐다고 썼다.

사회에서 돌고래를 '바다 사람' 이라 부른 것도 그 까닭이며, 육지의 포유동물이었던 돌고래가 수천만년 전 바다로 '이주' 했다고 보는 과학자들의 견해도 그리스 신화와 상통한다.

'인간에 가장 가까운 동물은 원숭이며, 인간 이외에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도 원숭이' 라는 학설이 돌고래에 의해 깨진 지도 오래다.

돌고래의 지능을 관찰하기 위해 처음으로 돌고래의 뇌를 해부한 사람은 독일의 생물학자 티테만이었다.

1827년 그는 '돌고래의 뇌가 원숭이의 뇌보다 크고 그 기부(基部)가 인간과 똑같지만 약간 더 넓다' 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이 학설은 한 세기가 넘도록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금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돌고래는 인간과 동등하거나 또는 그보다 더 발달된 뇌를 갖고 있다' 는 결론에 도달했다.

돌고래는 '바다의 지성인' 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동물학자 포르트만이 동물의 다양한 기능이나 생리적 과정을 주관하는 뇌의 각 부분을 연구해 돌고래의 지능이 인간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불과 10여년 전의 일이다.

그의 '지능지수' 표에 따르면 돌고래는 1백90으로 인간의 2백15에 아주 근접해 있으며 코끼리가 1백50으로 3등, 동물 중에서는 지능이 가장 높다고 생각됐던 원숭이가 63으로 겨우 4등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에 반신반의하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다.

길들여진 동물' 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의 돌고래 지능 실험은 포르트만의 연구결과를 확실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실험대상 돌고래 4마리가 모두 정확하게 조련사의 실수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똑같은 실험을 침팬지 등 다른 동물은 통과하지 못했으며, 인간도 4세 이후에나 인식능력을 갖는다고 한다.

지금 돌고래는 곳곳에서 인간을 즐겁게 하는 '인기스타' 로 각광받고 있지만 돌고래들이 오히려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구경' 하고 있지는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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