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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가족의 재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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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해, 그만해. 눈 따가워." 대전에 사는 양근율씨 가족의 일요일 오전 집안 앞마당 풍경. 발가벗은 채 큰형 성민이의 두팔에 안긴 셋째 성진(右)이와 막내 성현이가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아우성이다. 그래도 마냥 신나고 즐겁기만 한 표정이다. 양씨 가족은 성진이와 성현이를 공개 입양했다.

"나, 형아 팔에 매달릴래." "엄마, 고추가 쪼그라들었어."

앞마당이 떠들썩하다. 아랫도리까지 홀딱 벗은 아이들은 뭐가 좋은지 천방지축 뛰어다닌다. 고무호스로 뿌려대는 물줄기에 애들은 물론, 엄마.아빠도 흠뻑 젖고 말았다.

이 집엔 남자아이만 4명이다. 사내 아이들의 쿵쾅거림에 마루바닥이 깨지고 문지방이 닳았다. 그래도 엄마는 연신 흐뭇한 표정이다. 한술 더 뜬다.

"이왕이면 한명 더 데려와 다섯명 채울려고요. 그래야 농구팀 하나 떡 하니 만들 수 있잖아요." 데려와?

찬찬히 뜯어보니 꼬맹이 둘은 눈매가 갸르스름하고 눈꼬리가 처진 게 다른 가족과 사뭇 다르다. 셋째 성진이와 막내 성현이는 네살 때 입양됐다. 네살이면 아이들도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충분히 눈치챌 수 있는 나이. 주위 이웃들도 모두 입양아란 사실을 알고 있다. 입양하면 언뜻 떠오르는 통념과는 한참 거리를 둔, 이른바 '공개 입양'이다. 이들은 행복할까?

치솟는 이혼율, 한없이 떨어지는 출산율 등을 두고 가족 위기를 넘어 가족 해체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가족 복원을 부르짖기 앞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결혼과 출산, 핏줄로만 이루어져야 가족이 된다는 것은 혹시 고정관념은 아닐까.

이번 주 week&은 가족의 기존틀을 깨고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부터 결혼도 동거도 하지 않는 사실혼 관계의 젊은 커플, 아예 부부만의 삶을 즐기려는 신세대 부부까지 속내를 들어봤다. 아이의 장래를 위해, 혹은 따가운 시선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사례도 있지만 '또 하나의 선택'을 한 가족들은 나름대로 만족해했다. '새로운 가족'은 이미 시대흐름으로 성큼 다가와 있었다.

글=최민우 기자<minw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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