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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덩후이 미사일공격 발언 파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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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홍콩〓진세근 특파원]한동안 잠잠했던 '양국론(兩國論.양안관계를 '국가대 국가' 로 규정한 주장)파동' 이 재연될 조짐이다. 이번에도 장본인은 리덩후이(李登輝)대만 총통이다. 李총통은 21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시 부근 타오위안(桃園)시에서 열린 한 종친회 모임에 참석해 "만일 대륙(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홍콩.상하이(上海).난징(南京)도 '영향' 을 받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李총통의 이같은 발언은 양국론 파동이 한창이던 지난 9월 국민당의 자금줄을 관리하는 류타이잉(劉泰英)국민당관리회 주임의 폭탄선언을 대만 최고통치권자가 사실상 확인해준 것이어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당시 劉주임은 "만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대만 해군이 해상에서 홍콩과 상하이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것" 이라고 말하고 "이렇게 되면 중국의 경제구조는 일대 파국을 맞게 된다" 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당시 국민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개인의견에 불과하며, 국민당이나 대만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다" 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이번 李총통의 '타오위안 발언' 으로 劉주임의 발언은 사실상 대만 정부의 공식 입장임이 밝혀진 셈이다.

李총통이 비록 자신이 언급한 '영향' 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재앙이 미칠 수 있음' 을 내비친 것으로 중국과 홍콩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국립대만대학의 왕샤오보(王曉波)교수는 "李총통의 얘기는 결코 일시적인 기분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다" 고 평가하고 "양안전 발발을 대비한 이른바 '18책략(十八套)' 의 일부분일 것" 이라고 말했다.

중국측은 이번에도 민감했다. 주룽지(朱鎔基)총리는 22일 말레이시아 등의 4개국 순방에 나서기에 앞서 문제의 발언을 보고받고 "(대만에 대한)무력사용원칙은 변함이 없다" 고 말하고 "대만은 양안의 교류와 접촉을 파괴하는 양국론의 망집을 버리고 하루빨리 양안 대화의 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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